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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보통사람들, 즉 필부필부(匹夫匹婦)는 한 번 태어나서 한 번 죽습니다. 그러나 공직 등 고위직에서 '큰 일'을 하는 자들은 '제대로 한 번 죽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입신양명과 사리사욕에만 매몰되어 법과 원칙을 저버리거나 비굴하게 살다가 결국 자신의 이름 석자를 더럽힌 뒤 최후를 맞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서도 자신을 믿고 썼던 사람을 배신한 자는 더 가혹한 평가를 받습니다. 죽어서 땅 속에 묻히더라도 두고두고 세상 사람들의 지탄의 대상이 됩니다. 성경이나 역사 교과서에도 배신자의 이름은 선명하게 박혀 있습니다. 예수의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이 그랬고, 고대 로마의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가 그랬으며, 대한제국 시절 이완용이 그랬습니다. 신약성서에 따르면 유다는 예수 그리스도에게 선택받은 열두 사도 가운데 한 명이었지만, 나중에 예수를 배반하여 기독교에서는 최대의 죄인이자 악마의 하수인, 배신의 대명사로 꼽히고 있습니다. 브루투스는 자신을 각별하게 돌봐주고 출세의 가도를 달리게 이끌어준 종신 독재관 카이사르 암살을 주도했습니다. 이완용은 대한제국기 을사늑약을 적극 추진한 을사5적이자 경술 9적의 친일 반민족행위자로 악명을 떨치고 있습니다. 그는 학부대신으로 봉직하던 1905년 이토 히로부미가 외교권을 접수하기 위해 대신들을 위협하자 이에 적극 동조해 '을사5적'이 되었습니다. 또 내각총리대신이던 1907년에는 일제의 요구에 부응하여 헤이그 밀사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종황제의 강제 양위를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한일 신협약(정미 7 조약)' 체결을 주도함으로써 '정미 7적'이 되었습니다. 1926년에 생을 마감했지만, 이완용의 죽음은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나라의 운명을 일제에 팔아넘긴 대가로 호화호식한 지독한 매국노로 지탄받고 있고, 그의 자손들도 매국노의 후손으로 손가락질받는 수모를 당하고 있으니까요.
최상목(61). 2024년 말 그는 졸지에 대통령 권한대행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어깨에 짊어졌습니다. 독자(獨子)라는 이유로 방위병이 되어 육군본부 사령실에서 근무한 뒤 이병으로 소집해제된 그가 국군통수권자인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맡게 된 것입니다. 그의 인생 이력은 '공직 꽃가마'에 올라탄 뒤 누리고 또 누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법대 사법학과를 수석 졸업하고 행정고시에 합격함으로써 시작된 그의 공직 생활의 성공가도를 들여다보면 숨 막힐 정도로 화려합니다. 총무처 수습행정관(1986.4)과 재무부 기획관리실 행정사무관(1987.4)을 거쳐 미국 코넬대학교 대학원 경제학 박사(1996. 거시경제학) 학위까지 취득한 최상목은 소위 고위관료가 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었습니다. 국민의정부 대통령비서실 경제기획수석비서관실 행정관(1999.3), 경제협력개발기구 금융시장위원회 프로젝트 매니저(2000.3), 김진표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비서관(2003.2), 강만수 기획재정부장관 비서실장(2008.7),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2011.9), 기획재정부 정책협력실장 겸 현오석·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정책보좌관, 박근혜정부 경제금융비서관(2014.9), 기획재정부 제1차관(2016.1~2017.5)까지 쉼 없이 높은 자리로 치고 올라갔습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최상목도 잠시 공직을 떠나야 했습니다. 필리핀 아시아태평양대학교 객원교수(2017.8), 울산대학교 사회과학부 초빙교수(2018.8), 자본시장연구원 초빙연구위원(2019.2), 일동홀딩스 사외이사(2019.3), 신한금융투자 사외이사(2020.3), 제26대 농협대학교 총장(2020.6~2023.12) 등으로 '야인'으로 비켜섰던 거죠. 그러나 대학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면서 그의 '꽃길'은 다시 화려하게 펼쳐졌습니다.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제 1분과 간사(2022.3)로 활약한 뒤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2022.5~2023.12)으로 다시 공직에 컴백한 것입니다.
윤석열에 의한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최상목의 공직 지위 상승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도 꾸지 못했을 겁니다. 최상목은 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과 기재부 제1차관직에 있었다는 이유로 박근혜 탄핵정국에서 국정농단 사건의 '특별검사 수사'에 노출된 적이 있습니다. 상당수의 공직자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을 때 최상목만은 사법 처리 대상에서 제외되자 관계(官界)에서는 의외라는 시각도 적지 않았습니다. 업무 처리에 있어서 한치의 흐트러짐이 없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대학 선배이자 특검 수사팀장이던 윤석열의 '소리 없는 보호막'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있었던 것이죠. 어쨌든 최상목은 '대통령 윤석열'을 통해 재기한 것은 분명합니다. 윤석열은 최상목을 대통령비서실 경제수석 비서관으로 중용했고, 2023년 12월 개각을 통해 제7대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자리에까지 밀어 올려 주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동했다는 이유로 2024년 12월 14일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데 이어 13일 뒤에는 한덕수 국무총리마저 탄핵소추 의결되자 최상목은 정부조직법의 규정에 따라 국무총리 권한대행과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동시에 맡아야 했습니다. 이를 두고 시중에서는 방위병(이등병) 출신인 최상목이 국군통수권자까지 올랐으니 그의 '관운(官運)'이 부럽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권력의 최정점까지 올라선 최상목의 '가슴과 머리'에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의리를 지키겠다는 '굳센 심지'가 없음이 밝혀졌습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탄핵소추된 비상 상황의 시국(時局)에서 압도적인 의석 수 우위를 앞세운 야당의 광풍(狂風)에 납작 엎드리는 나약함을 노출시켰습니다. 여야 합의가 아닌 야당이 일방적으로 인사청문회를 하고 본회의 의결을 거쳐 선출한 헌법재판관 3명 중 정계선(야당 추천)·조한창(여당 추천) 등 2명을 덜컥 임명해 버리는 '대형 사고'를 친 것입니다.
최상목의 헌법재판관 임명 행위는 '대통령 권한대행의 대행'으로서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영역을 건드렸다는 거센 비난에 직면했습니다. 여당인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에 대해 "우리 헌법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국무회의 심의권을 보장한다. 국무회의에서 충분히 논의한 다음에 결정했으면 헌법 원칙에 부합할 텐데 그런 과정을 생략하고 (최상목) 본인 의사를 발표한 것은 독단적 결정으로,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야당의 협박에 불복해 헌법상 적법절차 원칙을 희석시킨 것이다. 최 권한대행의 헌재 재판관 임명 강행은 헌법상의 소추와 재판의 분리라는 대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권한대행은 국정을 수습하고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 따라서 국정의 현장유지를 기본으로 해야 하고 권한 범위를 현상 변경까지 확대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헌재 재판관 임명은 중대한 현상 변경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 결정은 잘못된 선례로 남을 것"이라고 질타했습니다. 최상목은 그렇다고 야당으로부터도 환영받지 못했습니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3명 중 2명만 임명한 조치는) 삼권 분립에 대한 몰이해이고 위헌적 발상이다. 대통령도 헌법재판관 임명 거부 권한이 없는데 권행 대행이 선별해서 임명하는 것은 옳지 않다. 최 권한대행은 즉시 마은혁 후보자를 포함해 3명 모두를 임명하라."라고 압박했습니다. 최 대행의 조치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발은 가히 폭발적이었습니다. 정진석 비서실장과 수석비서관 등 고위 참모진은 "대행의 권한 범위를 넘어섰다."라며 최상목에게 일괄 사의까지 표명했습니다. '엉뚱한 짓'을 한 최 대행에 대해 대통령실이 도와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죠. 또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을 발표한 뒤 이어진 국무회의 비공개회의에서 일부 국무위원들이 최상목의 조치에 대해 거세게 반발했고, 김태규 방통위원장 대행은 사직서를 작성해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 탄핵 결정에 있어서 헌재 재판관 구성은 매우 중요합니다. 삼권 분립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헌법재판소는 대통령 몫 3명, 대법원장 몫 3명, 국회 몫 3명 등 9명의 재판관으로 구성되는데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7명 이상이어야 심리가 가능하고 6명이 찬성해야 합니다. 최상목이 2명을 임명을 하지 않았으면 6명만 남아있었기 때문에 심리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대통령 권한대행이 현상 변경을 자제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탄핵여부 결정을 하기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는 대통령실이나 여당 입장에서는 최상목의 2명 임명은 황당하기 이를 데 없었을 겁니다. '공직 꽃가마'에 올라탄 뒤 '꽃길'만을 걷다가 대통령 권한대행자리에 까지 오른 이등병 출신 최상목. 그는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대한민국 헌정사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었다는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학 후배인 최상목에 대해 생일까지 별도로 챙겨줄 정도로 '지극 정성' 아꼈다고 합니다. 그러나 최상목은 대행으로선 결코 해서는 안될 '헌재 재판관 2명 임명'이라는 권한을 행사, 자신을 이끌어주고 키워준 윤석열 대통령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버렸습니다. 박근혜 탄핵 때도 그랬듯이 작금의 한국의 정치 시스템은 후진국보다 못한 수준으로 추락했고, 사법시스템 또한 정상 궤도에서 한참 이탈된 모습을 보여 국민을 부끄럽게 만들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를 계기로 또 한 번 국민은 내편 네 편으로 나뉘어 극렬히 싸우고 있습니다. 공수처와 경찰은 '정치 판사'가 발부한 영장을 들고 으르렁대며 윤 대통령을 체포하고 압수수색하겠다며 관저로 들이닥쳤습니다. 이에 많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밤낮 사저 앞에서 드러눕기까지 하며 사생결단 저지 중이고요. 최상목! 그대는 자신의 이름이 역사의 기록에 어떻게 남기를 바라고 있나요? 대한민국을 살린 충신? 아니면 예수의 제자 유다 이스카리옷과 고대 로마의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 대한제국 시절 이완용과 같은 배신자로?
평생을 공직에서 잔뼈를 키워온 최상목의 헌재 재판관 임명 강행, 순간적으로 무엇에 홀려서일까요? 권한대행이라는 중책이 주어진 것은 권한을 마구 휘두르라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유혹에도 흔들리지 말고 '현상 유지'를 위해 절제하고 또 절제하라는 요구를 받은 것입니다. 그런데도 최상목은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덜컥수'를 놓아버렸습니다. 윤석열과의 접점에서 바라보면 이 '거대한 사건'은 평생 최상목의 목을 짓누를 것으로 보입니다. 한 인간에게 가장 좋은 운은 생을 잘 마감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욕먹지 않고 잘 죽을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죠. 공직 생활의 절정에서 저지른 최상목의 이 실수는 '지독한 배신자', 기회주의자로 낙인찍힐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함승희 전 의원은 "배신자는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라 피로 배신을 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최상목의 배신 행위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배신 DNA' 때문일까요? 최상목의 조치에 대한 홍준표 대구시장의 지적이 눈길을 끕니다. 홍 시장은 sns에 올린 글에서 "헌법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국가원수인 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엄연히 아직까지 대통령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권한대행의 대행인 기재부 장관이 임명권을 행사하는 건 참 웃지 못할 코미디다. 박근혜 탄핵 때는 헌재 파면 결정 후 황교안 권한대행이 헌재 재판관을 임명했다. 한덕수 대행 탄핵 후에는 헌재 재판관 임명은 헌법상 물 건너 간 거라고 했는데 기재부 장관의 대통령 놀이가 도를 넘었다. 일개 장관에게 임명장 받는 헌법재판관은 얼마나 쪽팔릴까. 기재부 장관의 대통령 놀이는 참 기막힌 노릇이다. 나라를 무정부 상태로 몰아가는 이재명의원이나 그 틈을 타서 대통령 놀이나 하는 기재부 장관은 오십 보 백보이다. 민불료생(民不聊生)이다."라고 통탄했습니다. 민불료생이란 '백성이 안심하고 생활할 수가 없다'라는 뜻입니다. 하루빨리 국회도, 경찰도, 공수처도, 검찰도, 법원도, 헌법재판소도, 대통령 권한대행도 정상적인 판단을 하고 정상적인 업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국가가 혼란에 처해 있을수록 더 차분하게 따지고 가려서 판단하고 조치해서 훗날 우리 모두를 부끄럽게 만들지 않게 힘을 모아야 합니다. 국민도 자성해야 합니다.
마우대100의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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