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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2월 3일 밤부터 대한민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때문에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거대한 격랑(激浪)' 속으로 빨려 들어간 듯합니다. 대통령은 야당이 숫적 우위를 앞세워 나라가 망할 정도의 국정 농단을 일삼는다며 비상계엄령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국회의 요구를 받아들여 6시간여 만에 계엄을 해제했습니다. 시중의 여론은 그렇게 쉽게 풀어버릴 거면 왜 시도를 했느냐며 야단입니다. 야당은 대통령이 헌법을 위반했다며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하는 등 본격적인 실력행사에 나섰습니다. 대통령과 야당의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승부가 펼쳐지게 된 것입니다. 대통령 탄핵을 위한 절차는 2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 동의를 얻어 발의한 뒤 본회의에 상정했을 때 재적의원(300명)의 3분의 2 이상(200명 이상)이 찬성하면 가결됩니다. 그리고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 헌법재판소로 넘어가는데,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탄핵 여부가 가려집니다. 2017년 12월 9일 국회에서 의원 234명의 찬성으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여당 의원들도 등을 졌기때문입니다. 국회는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 본분을 망각하고 직무집행과 관련해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라며 "이는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도저히 용납될 수 없으며 국민이 대통령에게 보여 준 신임을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이라고 탄핵 이유를 밝혔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결국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관 전원 일치로 파면이 결정되어 대통령직을 상실, 청와대를 떠나야 했습니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이 탄핵된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꼭 8년 만에 탄핵소추 위험에 노출된 셈이 됩니다. 헌법 77조 1항에는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계엄 선포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법조인 출신인 윤 대통령은 현 시국이 매우 엄중하다고 보고 헌법이 부여한 '비상계엄령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윤 대통령은 3일 밤 대통령실에서의 긴급 브리핑에서 "저는 북한 공산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반국가 세력들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 지금까지 패악질을 일삼은 망국의 원흉, 반국가 세력을 반드시 척결하겠다. 체제 전복을 누리는 반국가 세력의 준동으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국가 지속 가능성을 보장하며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밝혔습니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는 범죄자 집단의 소굴이 되었고 입법 독재를 통해 국가의 사법·행정 시스템을 마비시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전복을 주도하고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반이 되어야 할 국회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붕괴시키는 괴물이 된 것이다. 가능한 한 빠른 시간 내에 반국가 세력을 척결하고 국가를 정상화시키겠다."라며 국회 '비정상적 상황'도 계엄 선포의 한 이유임을 꼽았습니다.
민노총의 한 간부가 북한 지령을 받고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징역 15년이 선고되는가 하면, 민주당은 의원 숫적 우위를 무기로 내세워 검사와 국무위원을 잇따라 탄핵하거나 탄핵을 추진중입니다. 야당이 2025년도 예산안 중에서 4.1조 원을 삭감하면서 민생·치안·외교·재해 관리 등 국가의 기능 유지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이 우려되자 윤 대통령은 국정 농단 행태가 정상궤도를 한참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헌법이 부여한 대통령 권한을 작동시킨 겁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계엄 작전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된 육군참모총장은 1호 계엄사 포고령까지 내놓았고 헬기 3대를 이용한 일부 병력을 국회 본관에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간 의원 190명의 투표로 비상계엄 해제요구안이 가결되자 윤 대통령은 6시간 만에 계엄 해제를 선언한 것입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의 계엄선언 목적이 장기간 군(軍)의 관리하에 두려는 것보다 국정 관리가 불가능해진 상태에 빠진 점을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낱낱이' 알리려는데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정 난맥상의 실태를 국민에게 상세하게 알리려는 차원에서 비상계엄 선포를 선택했다는거죠. 국회 해산권이 없는 대통령은 통치행위 차원에서 헌법의 테두리 안에서 쓸 수 있는 극약처방, 즉 비상계엄 카드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계엄을 선포하기에 앞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 다수가 계엄 선포에 반대했으나 윤 대통령이 선포를 밀어붙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국무회의에 참석했던 한 국무위원이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해야 한다는) 담화 내용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확고해 아무도 뜻을 꺾지 못했다."라고 밝힌 점으로 보아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은 비상시 국에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계엄법에 따르면 국방부 장관은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에게 계엄 선포를 건의할 수 있습니다. 헌법과 계엄법상으로 계엄 선포는 대통령 권한에 속하고, 국무회의는 계엄 선포안을 심의할 수 있을 뿐 이에 대해 찬반 의결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습니다. 계엄을 선포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확고했던 이상, 국무위원들이 법적으로 윤 대통령을 막을 수는 없었다는 뜻입니다. 충분히 예상되었던 일이지만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와 해제 이후 야권이 똘똘 뭉쳐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 윤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수순에 돌입하는 등 정국은 급랭의 상태로 빠져 들었습니다. 또 민노총이 윤 대통령 퇴진 때까지 무기한 파업을 선언하고 각 시민사회단체, 교수회 등이 잇따라 성명을 내거나 가두시위 등 집단행동을 벌일 태세입니다. 특히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 9명이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 찬성표를 던질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인 200명 이상의 찬성으로 탄핵이 가결되면 탄핵소추 의결서가 대통령실에 전달되는 순간, 윤 대통령의 직무는 정지됩니다. 헌법재판소가 결정할 때까지 헌법이 부여하는 국가 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당연히 윤 대통령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야당 등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거세게 일게 되겠죠. 헌법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통치수단인 비상계엄령을 선포했다는 이유로 윤 대통령은 탄핵을 당하는 벼랑 끝에 몰린 것입니다. 그러나, 그러나 말입니다. 야당의 폭주 속에 극심한 국정혼란이 이어지고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현 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윤 대통령은 어떤 카드라도 써야할 정도로 절박하다는 판단이 든 것이 아닐까요? 꼭 전쟁이 터진 것이 아니라도, 예산이 차단되고 국무위원과 검사 등이 잇따라 탄핵되어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정도의 위기에 처했다면 국정 최고 책임자로서 가만히 있는 게 더 문제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시대에 걸맞지 않은 비상계엄령이라는 '칼'을 끄집어내서 일시적인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윤 대통령을 매도하거나 궁지에 모는 것이 과연 대한민국을 위해 바람직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여당과 야당이 협의하고 또는 건설적인 견제 속에서 국회가 순리적으로 작동되고 있는데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이라는 처방을 꺼낼 리 만무하잖아요.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지금까지 줄곧 탄핵, 특검법 운운하거나 민생 법안 처리를 저지하면서 발목을 붙잡아 왔습니다. 야당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원인 제공을 했다는 뜻입니다. 만약 윤 대통령이 노회한 정치인 출신이라면 엄청난 위험부담을 주는 '비상계엄령 카드'를 끄집어냈을까요?
13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배승희 변호사가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와 관련해 유튜브를 통해 다음과 같이 윤 대통령의 입장을 대변했습니다. 상당한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진짜 윤석열 대통령이 하고자 했던 것은 비상계엄을 통해 민주당의 입법 농단, 탄핵 남발, 예산 농단 등을 국민에게 알려주고자 한 것이 목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야당 독주, 폭주, 폭거에 오죽하면 이러겠느냐. 대통령실 내각과 관련해서 인적 쇄신, 본인의 탄핵도 불사하겠다는 심정으로 무릎 꿇고 사느니 서서 죽겠다는 심정으로 비상계엄을 선포한 것이다. 정말로 비상계엄을 할 생각이었다면 10시 반에 긴급하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새벽 3시나 4시, 언론도 기사를 쓰지 못할 그런 시간에 했을 것이다. 어제 국회에 의원들이 소집됐는데, 계엄은 의원들이 국회로 들어갈 수 없는 것이 계엄인데, 군인들이 그렇게 심하게 국회의원들을 막아서지 않은 것은 실제로 국회의원들을 체포하거나 감금하려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국회에 들어가라'는 의미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마우대100의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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