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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압승을 거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 그는 연일 새 정부에서 자신과 함께 일할 장관 후보자와 백악관 비서진 등을 지명해서 발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트럼프 선택지'가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어서 지구촌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1위 억만장자가 신설 조직 '정부효율부(Department of Government Efficiency)' 수장에 낙점되는가 하면 텔레비전 진행자이자 작가가 국방장관 후보자로 발탁되었습니다. 또 정책과 인사에 깊숙이 개입, 대통령의 오른팔이 되어야 할 백악관 비서실장에는 67세 여성이 선택되었습니다. 이는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백악관 비서실장 자리에 앉게 되는 파격입니다. 트럼프의 이 같은 선택이 이어지자 세계 각국은 '주판알 튕기기'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입니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런 '인사 판단'에 대해 '큰 기대'도 걸고 있지만 '우려의 시선'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트럼프 특유의 좌충우돌식 성향이 그의 2기 집권기간 함께 일할 참모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경계'를 허물어버림으로써 '세상의 질서'가 또 한 번 뒤틀릴 가능성이 점쳐지기 때문입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기간에 자신의 의견과 달리하는 측근들과 끊임없이 갈등하고 충돌했습니다. 그 갈등과 충돌은 결국 그를 옥죄는 '발목걸이'로 작동, 재집권 실패의 요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트럼프가 2기 참모들을 '충성파'만 고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트럼프는 신설 부서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일론 머스크(53)를 지명했습니다. 남아공에서 태어나 캐나다를 거쳐 미국에 정착해 성공한 기업인 머스크. 그는 미국-캐나다-남아공 3중 국적 보유자입니다. 테슬라, 스페이스 X, 스타링크, X, 뉴럴링크, xAI 등 세계적인 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머스크는 세계 1위 억만장자입니다. 그런 그가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에 대한 지지선언과 함께 거액의 정치후원금을 내놓았다고 하더라도 행정부 부서 수장으로 발탁될지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깜짝쇼 같은 '파격'을 선택했습니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자신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며 중도 하차한 인도계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39)와 함께 머스크를 미국 사회와 세계가 깊은 관심을 갖고 주시하는 정부효율부 공동 수장에 맡긴 것입니다. 정부효율부는 연방 정부의 불필요한 지출·예산을 줄이고 공무원 숫자를 감축하는 역할을 주도하는 기관입니다. 이름은 부(部)이지만 일반 정부 부처와는 다른 형태로 운영될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는 두 사람을 정부효율부 수장에 임명한 뒤 "아마도 우리 시대의 '맨해튼 프로젝트'가 될 것이다."라고 밝힐 정도로 큰 기대감을 표명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이 예산 20억 달러와 13만 명을 투입, 핵을 개발함으로써 20세기 국제 안보 지형을 바꿨던 '맨해튼 프로젝트'에 빗댄 것입니다. 핵무기가 2차 대전을 끝내게 했듯이 머스크와 라마스와미를 앞세운 정부효율부가 비효율의 늪에 빠져 있는 미국 행정부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겠다고 트럼프가 '큰 그림'을 제시한 것이죠.
트럼프는 두 사람에 대한 기대를 이렇게 압축적으로 표출했습니다. "이 훌륭한 두 사람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같은 지출을 줄여 연방정부를 재구성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줄 것이다. 정부 밖에서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협조를 받아 대규모 구조 개혁에 관해 조언하고, 우리가 전에 볼 수 없던 정부에 대한 기업가적 접근을 시도할 것이다. 정부효율부의 업무는 미국 독립 선언 250주년이 되는 2026년 7월 4일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머스크와 라마스와미에게 '공무원 해고의 칼'을 쥐어주며 기업가적 시각과 접근을 통해 약 300만 명 달하는 연방 공무원의 대대적인 인원 감축, 즉 '피의 숙청'을 예고한 셈입니다. 머스크는 공무원 숫자가 지나치게 많은데 대해 마뜩잖은 시각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차라리 민간에 나가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게 머스크의 철학입니다. 그래서인지 머스크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X에서 "(428개에 달하는) 연방기관 규모를 지금의 4분의 1인 99개로 줄여도 충분하다."라며 연방정부의 효율적인 운영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바 있습니다. 라마스와미도 2023년 경선 과정에서 연방수사국(FBI), 교육부, 원자력규제위원회를 없애고 수천 명의 연방 근로자를 해고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었죠. 따라서 기업가인 '트럼프-머스크-라마스와미 라인'의 공무원 감축 수준이 어떻게 펼쳐질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을 정도입니다. '철밥통'인 공무원을 대대적으로 감축하려면 그 과정에서 엄청난 갈등과 사회적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윤과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기업인 입장에서는 많은 공무원들이 빈둥거리며 놀고먹는 하찮은 존재로 취급하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언제라도 싹둑 잘라버려도 좋은 해고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정부 조직의 혁신은 꼭 필요하지만 지나친 수준의 해고는 공직 사회의 반발로 이어져 국가 시스템이 마비될 수 있습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랄까요.
트럼프는 또 부통령에 당선된 40세의 JD 밴스 이외에도 44세의 피트 헤그세스를 국방장관에, 50세의 마이크 왈츠를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 지명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아프간과 중동 등에서 전쟁을 수행한 이들이 트럼프에게 충성을 맹세한 공통점이 있기는 하지만 과연 좌충우돌식의 트럼프의 성정과 판단력을 적절히 제어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럽습니다. 반면 백악관 비서실장에 지명된 수지 와일스(67)는 나름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와일스는 1980년 로널드 레이건 대선 캠프 때 일정 담당자로 정치계에 발을 들어놓은 뒤 공화당 의원 보좌관, 지역 시장 자문역 등을 거쳐 2016년 트럼프 당선까지 경험한 40년간 선거 참모로 활동한 인물입니다. 이번 대선 때도 트럼프 캠프에서 선거대책본부장 격인 총괄매니저로 정책·캠페인 메시지·예산·조직·유세계획 등 모든 운용을 도맡은 '브레인'으로 활동했고, 캠프가 미 전역으로 유세를 다닐 때 타는 전용기의 트럼프 옆자리는 와일스가 앉아 있을 정도로 트럼프의 절대적 신임을 받았습니다. 트럼프는 와일스를 백악관 비서실장으로 지명한 뒤 "수지는 강인하고 똑똑하고 혁신적이며 보편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이며, 수지가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이 된 것은 그에게 걸맞은 영광"이라고 할 정도로 무한한 신뢰를 보여주었습니다. 트럼프에게 '얼음 아가씨(ice baby)'로 불리는 와일스는 늘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를 유지, 거친 성격의 트럼프를 진정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합니다. 캠프 인사들은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가 보다 전문적이고 조직적인 선거 운동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와일스 덕분이며, '전쟁터에서 함께하고 싶은 사람이 와일스'라고 할 정도로 호평했다고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최초의 여성 백악관 비서실장 와일스의 활약에 기대를 걸만하다고 봅니다.
세계 경찰국가를 자처하는 미국의 대통령은 곧 '세계의 대통령'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미국 우선' 시각에 빠져 있는 트럼프가 외통수로 치달을 때 쓴소리를 하며 바로 잡아주는 역할을 할 위치에 있는 자가 부통령이요 국방장관이며 국가안보보좌관입니다. 트럼프는 1기 때 허버트 맥매스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육군 중장),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육군 대장),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해병대 대장) 등 장성 출신들을 외교안보 라인에 포진시켰으나 각종 현안에서 자신의 충동적 결정을 억제하기 위해 쓴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잦은 갈등을 빚었습니다. 물론 그들과의 불화가 결국 트럼프에게 '돌이킬 수 없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사실은 세상이 다 압니다. 중국이 세계 패권을 쥐기 위해 갖은 권모술수와 책략을 구사하고 있고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푸틴과 이에 동조하는 북한 김정은이 호시탐탐 트럼프의 허점을 노리고 있는 상황에서 참모의 '올바른 역할'은 실로 중차대합니다. 그런데 충성파들로만 채워지고 있는 참모들이 과연 천방지축 언행을 일삼거나 좌충우돌식의 트럼프를 올바른 지도자의 길로 보좌할 수 있을지 세계의 자유진영 국가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 과정에서 한국과 한국인에겐 치욕적인 발언을 쏟아내 큰 실망을 안겼습니다. 그는 10월에 열린 '시카고 이코노믹 클럽'에서 한국을 '돈 찍는 기계(money machine)'이라고 참칭 했기 때문입니다. 그의 이 어처구니없는 발언은 중국과 러시아의 지근거리에서 자유민주체제의 수호의 최전방에 맞서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를 깡그리 무시한 것이었습니다. 트럼프의 '험악한 입'과 '돌출적 정책 판단'은 미국과 세계를 뒤뚱거리게 만들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 트럼프이기에 미국과 세계 질서의 이익에 부합하는 균형감각을 갖춘 참모들이 굳건히 트럼프 곁을 지켜야 합니다. 그런데 '충성파 일변도의 참모'들이 과연 그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요?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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