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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2024년 10월 30일 자 '세상의 창(窓)'을 통해 <한국인 중국서 첫 간첩죄... "극중 대책 시급"> 제하의 글에서 중국에 체류 중인 한국 교민이 간첩죄를 뒤집어쓰고 구속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드린 바 있습니다.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시에 거주하는 50대 교민 A 씨가 2023년 12월 18일 허페이시 국가안전국 소속 수사관들에게 간첩혐의로 끌려간 뒤 장기간 조사를 받다가 2024년 5월부터 구속되어 결국 구치소에 갇혀 있다는 것입니다. 중국은 2023년 7월 1일 자로 개정 반간첩법 시행에 들어갔는데, A 씨는 한국 교민으로서는 처음으로 구속된 케이스입니다. 개정 반간첩법의 핵심 내용이 간첩 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혀 놓았기 때문에 중국 당국이 마음만 먹는다면 자의적으로 해석, 얼마든지 외국인을 검거할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반간첩법 해석을 한다면 중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은 누구나 이 법에 걸려 구속될 수 있다는 얘기죠. 실제로 이미 중국에 체류 중이던 일본인 17명도 간첩혐의로 검거되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습니다. A 씨의 경우 과연 중국 당국의 '자의적인 해석'에 의해 간첩혐의를 뒤집어쓴 것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조선일보가 10월 31일 자에 보도한 A 씨의 딸 인터뷰 내용에 숨어 있음을 필자는 간파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예상대로 '세계 질서의 부랑아' 중국은 무소불위의 국가 권력을 남용, 힘없는 A 씨를 간첩으로 몰았을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였습니다.
그럼 A 씨 딸 인터뷰 내용을 살펴볼까요? 삼성반도체 부문 출신인 A 씨는 한 때 재직한 중국 반도체 회사인 창신메모리의 정보를 한국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A 씨 딸은 "아버지가 중국 반도체 회사에서 회의 참석조차 불가능했고, 고급 반도체 기술을 다루지도 않았는데 하루아침에 간첩으로 몰리는 게 말이 되느냐."라며 억울해했습니다. 딸은 이와 함께 "아버지가 간첩혐의로 연행된 시점이 삼성 반도체 기술이 창신 메모리로 유출된 사건(2023년 12월 13일)과 겹친다. 주중 한국대사관에서도 이번 사건을 '특이 케이스'라고 한다. 향후 한국을 겨냥해 반간첩법을 적용하기 위한 본보기로 만드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밝혀 눈길을 끌었습니다. 딸은 또 이런 사실도 밝혔습니다. 창신메모리에서 아버지는 임원급이 아니었고, 주요 회의에서도 배제되어 서류만 전달했다는 것입니다. 당시 회사가 새 공장을 설계하면서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이 커지며 보안도 강화되었는데, 이 때문에 한국인들은 내부 프로젝트에 접근할 수 없었다고 합니다. 또 A 씨는 2016년 10월 5년 계약으로 창신메모리에 입사했으나 3년 6개월 만에 퇴사를 요구받아 쫓겨난 뒤 여러 회사를 다닐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삼성 기술자로 근무한 A 씨가 왜 갑자기 중국을 선택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딸은 아버지가 타의에 의해 삼성에서 사직해야 했고, 국내에서의 재취업도 여의치 않아 삼성 재직 중에 알게 된 선배의 권유로 중국행을 택했다고 밝혔습니다.
딸의 발언에서 매우 중요한 시사점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첫째 삼성반도체가 직원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음이 확인된 점입니다. A 씨가 타의에 의해 삼성반도체를 사직했고, 국내 재취업이 어렵자 회사 동료였던 선배의 권유로 중국행을 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거잖아요. 반도체 기술을 가진 A 씨가 퇴사를 했다고 하더라도 삼성은 기술 유출 방지 차원에서 A 씨와 선배 등의 재취업을 알선하는 등 기술 인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했음에도 방관하고 있었음이 드러난거죠. 또 설립 초창기의 창신메모리는 A 씨와 선배 등 반도체 기술자들에게 '달콤한 조건'을 제시하고 중국으로 데려갔지만, 기술을 넘겨받자마자 회사에서 내쫓았습니다. 이는 중국 IT기업들의 전형적인 기술 탈취 행태입니다. 기술을 넘겨받은뒤 쓸모가 없다고 판단하고 초개와 같이 내치는거죠. 달콤한 조건 제시를 믿고 중국행을 택한 A 씨를 비롯한 한국의 수많은 IT 기술자들이 이런 식으로 팽(烹) 당하고 있을 겁니다. 2016년 설립된 창신메모리는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폭풍 성장세를 보이면서 삼성을 비롯한 세계 주요 메모리 반도체 기업들을 위협하는 수준에 올라있습니다. 회사 설립 초창기에 A 씨 같은 기술자를 데려갔지만 이용가치가 없어지자 여지없이 버린 겁니다. 또 회사 기술을 빼갈 것을 우려해 주요 회의에도 못오게 하는 등 내부 프로젝트에서 배제하는 등 차단막을 쳤습니다. A 씨는 회사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간첩혐의까지 뒤집어썼으니, 그의 중국행은 최악의 선택이 되어버린 셈입니다.
A 씨의 기막힌 사연은 이어집니다. 2023년 초 재직 중이던 중국 회사를 퇴사한 A 씨는 개인 컨설팅 사업을 위해 한국에 머물다가 개정 반간첩법이 시행에 들어간 줄도 모르고 2023년 9월 중국에 다시 들어갔다가 졸지에 '간첩 신세'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는 지병인 당뇨병을 앓고 있는데,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 구치소 내 중국 의사가 혈당 측정 결과에 따라 약이 필요 없다는 결론을 내는 바람에 한 번도 당뇨병 약을 복용하지 못해 합병증 발병도 우려된다고 합니다. 이는 중국 구치소 내에서 인권 유린이 저질러지고 있음을 의심하게 만듭니다. 또 조사 과정에서 협박은 물론 고문 등이 자행되었을 가능성도 있고요. 특히 A 씨 딸은 아버지가 갑자기 간첩혐의를 뒤집어쓰고 강제로 연행되어 갔을 때 주중 한국 대사관의 방관적인 태도에 대해서도 실망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아버지가 오랜 기간 구금되어 있는데도 사건 초기부터 주중 대사관의 조력 등에서 답답한 부분이 많았다는 것입니다. 또 '골든 타임'인 2024년 12월 베이징 대사관과 상하이 총영사관이 서로 관할 사건이 아니라며 업무를 이관했고, 반간첩법 위반 혐의가 특수 상황이라며 영사 배정 등에 일주일 정도가 지연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볼 때 A 씨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옥살이를 하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습니다. 따라서 외무부와 주중 한국대사관은 혼신을 다해 A 씨 구제에 나서야 합니다. 세계 질서를 예사로 의지럽히고 있는 중국 공산당의 특성상 한국 교민 중에서 제2, 제3의 A 씨와 같은 억울한 피해자가 계속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때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합니다.
한국 기술자들도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 이상 중국 업체들의 '기술 탈취 전략'에 놀아나지 않도록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세계는 치열한 기술 전쟁터입니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첨단 기술을 무단으로 훔쳐 쓰기로 유명합니다. 첨단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엄청난 인력과 개발 비용을 들여야 합니다. '달콤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우리의 첨단기술을 중국에 팔아넘기는 짓은 또 다른 차원의 매국행위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함께 삼성을 비롯한 한국 회사들도 인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중국의 IT 기술이 한국에 바짝 따라 붙었거나 앞서버린 결정적인 이유는 중국행을 택한 한국 기술자들의 '머리'를 내놓은 대가입니다. 이는 우리 기업의 경쟁력과 우리의 미래 먹거리가 통채로 빼앗기는 대참사로 직결됩니다. 애국애족의 정신으로 우리 첨단 기술을 반드시 온전하게 지켜낼 수 있어야 합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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