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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초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가 예상을 뒤엎고 민주당의 카멀라 해리스에게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미국 유권자들이 정의를 부르짖은 해리스가 아닌 여러 건의 사법 리스크에 노출되었지만 미국을 더 강하고 풍요롭게 만들어주겠다고 외친 트럼프를 믿고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계기로 왜 '범법혐의자 후보'를 이기지 못했는지에 대해 뼈를 깎는 자성을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펼쳤던 정책들에서 무슨 문제가 있는지, 바이든 현 대통령과 해리스 후보를 비롯한 민주당 정치인들의 행보에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를 철저히 따져보고 또 따져봐야 합니다. 그래야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재집권의 기회를 챙길 수 있을 테니까요. 필자는 이번 대선에서 트럼프가 잘해서 이긴 것이 아니라 민주당의 '모든 것들'에서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고 판단합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은 대통령이 되면 '사법 리스크'마저 벗어날 가능성이 커졌다는 측면에서 향후 세계사(世界史)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희한한 사례'가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따라서 범법혐의자 트럼프 당선은 다른 나라에서도 갖은 범죄를 저지른 자가 주저 없이 대통령직에 도전할 수 있는 '전례(前例)'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세계의 대통령인 미국 대통령에도 범법혐의자가 당선되었는데, 우리나라 대통령은 왜 못해?"라면서요.
그렇다면 트럼프에게 어떤 사법 리스크가 있었는지 다시 한번 들여다볼까요? 트럼프에겐 4개의 개별 형사사건이 그의 발목을 붙들고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그가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다면 감옥에 갈 수도 있었다는 뜻입니다. 트럼프는 2024년 5월 뉴욕주 법원에서 사업 장부 위조와 관련한 중범죄 혐의 34건에 대한 유죄 평결을 받았습니다. 뉴욕 시민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트럼프가 2016년 대선 당시 성인영화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에게 입막음성 돈을 지급한 사실을 숨기고자 사업 장부를 위조했다고 판단,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린 바 있습니다. 이후 해당 재판을 담당한 후안 머천 뉴욕주 판사는 9월로 예정된 선고를 대선 이후인 11월 26일로 미뤄버렸습니다. 판사 입장에선 대선이라는 '압도적인 변수'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겠지만, 민주당 해리스 후보 측은 물론 '공정과 정의'를 머리에 담고 사는 많은 미국 유권자와 전 세계인들에겐 이 판사가 트럼프를 기사회생시켜 주었다고 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 2023년 잭 스미스 연방 특별검사는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했음에도 이에 불복하고 뒤집기 위해 '1·6 의회 난입사태'를 일으켰다며 형사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연방 대법원이 대통령 재임 중 수행한 공적 행위에 대해서는 부분적으로 면책된다고 인정해 줌으로써 해당 사건은 답보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당시 트럼프의 부추김 속에서 그의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뒤 난동을 피우는 장면을 생생히 지켜본 전 세계인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죠.
트럼프의 또 다른 범법행위는 '기밀문서 유출' 사건입니다. 스미스 검사는 트럼프가 퇴임 이후 국가 기밀 문건을 백악관에서 자택(플로리다주 마라라고 소재)으로 불법 반출해 보관하다 이를 회수하려는 법무부의 노력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했습니다. 그러나 2024년 7월 트럼프가 과거 임명한 인물이자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에일린 캐넌 플로리다주 판사는 이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불법적인 검사 임명을 이유로 해당 사건을 기각시켰고, 스미스 검사는 이에 불복해 항소에 나선 상태입니다. 트럼프는 이밖에도 조지아주에서 2020년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했다는 의혹과 함께 형사 고발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사건은 트럼프 측이 기소를 추진한 파니 윌리스 지방검찰청 검사장이 수사를 위해 자신이 고용한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라며 검사장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여러 장애물에 부딪쳐 있습니다. 현재 항소법원에서는 윌리스 검사장이 이번 사건을 계속 맡아도 되는지 여부를 검토 중이지만, 트럼프가 이번 대선을 통해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었기 때문에 해당 사건 처리가 더 지연되거나 아예 기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고 합니다. 이처럼 트럼프는 각종 형사 사건에 기소된, '중대 범법 혐의자'였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에 '당당히(?)' 당선됨으로써 백악관 재입성과 함께 이런 법적인 문제들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점치고 있습니다. 수십 건의 형사 고발을 당했음에도 정부 최고위직에 오른다는 이유로 이를 피할 수 있다면 미국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미지의 영역'에 진입하게 된다는 거죠.
범법혐의자 트럼프의 당선은 당장 한국 정치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차기 유력 대선 주자이면서 현재 갖가지 범죄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선고를 앞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오버랩되기 때문입니다. 친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11월 7일 오전 MBC 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 "굉장히 많은 사법적 문제가 있었지만, 미국에서도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라며 트럼프의 당선과 이 대표의 기소를 빗대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는 이 대표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이 다음 주에 나온다는 진행자의 질문을 받고 "허위사실이라고 볼 수도 없고 허위에 어떤 고의가 없었기 때문에 검찰이 드러난 증거들을 자의적으로 해석해서 기소한 것이기 때문에 법원에서 엄중하게 잘 판단할 것"이라며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 의원은 만에 하나 유죄 판단이 나올 경우 어떻게 대처할 것이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 "이번에 미국에서 (4건의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느냐."라며 "연방대법원의 기본적 입장은 딱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국민들의 선택권을 그런 것으로 박탈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미국 국민이 대선에서 범법혐의자 트럼프를 선택했듯이 한국의 사법부도 한국 국민의 선택권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친 것이죠. 따라서 트럼프 당선은 이 대표에게 무죄가 아닌 의원직을 상실할 만큼의 형량이 선고되었을 경우 민주당 측과 이 대표 지지자들이 거세게 반발할 가능성을 키워 놓은 셈이 되었습니다.
트럼프 당선이 범법을 일삼는 세계 각국의 통치자들의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안됩니다. 미국이 진정으로 공정하며 정의가 넘치는 사회라면 트럼프의 죄는 끝까지 추적되어서 추상같이 단죄(斷罪) 되어야 마땅합니다. 그래야 일반 미국 시민들, 세계인들도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적용되는 '법(法)의 정신'을 수긍할 것입니다. 법의 정신이 온전하게 살아서 원만하게 작동할 때 지역사회의 공동체, 국가도 건강하게 번영할 수 있습니다. 트럼프와 같은 '힘 있는 자'에겐 법망(法網)이 헐리고 '힘없는 자'에게만 득달같이 법망이 촘촘히 조여지는 '불평등 사회'에선 건강한 미래를 꿈꿀 수 없습니다. 범법혐의자임에도 트럼프의 당선에 환호하는 미국 유권자들의 심정,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회적 약자, 소수자 권익 보호 운운하며 오히려 더 큰 불평등을 초래한 민주당의 온갖 오류가 트럼프의 당선을 통해 여지없이 고발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을 위반한 자가 당당하게 대통령에 당선되고, 심지어 그의 온갖 범죄행위가 싹 지워져 버리는 '특혜'가 작동되는 초유의 상황이 전개된다면 이는 다른 차원의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온갖 죄를 저질러도 강력한 힘만 가진다면 큰소리치는 풍조가 세상에 만연 할 테니까요. 무수한 범죄를 저지르며 세상을 불행의 늪으로 밀어 넣고 있는 푸틴이나 김정은 같은 독재자들은 힘을 키우기 위해 더 악랄 해질 테니까요. 조폭들도 힘이 세지기 위해 민생을 더 어지럽힐 것이고, 사기꾼들 역시 힘이 세지기 위해 더 교묘한 수법을 발굴할 테니까요. 악덕 기업들과 마약상들도 힘을 키우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더 긁어모으려 하지 않을까요.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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