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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토리 키 재기'란 말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이 말의 뜻을 찾아보면 "정도가 고만고만한 사람끼리 서로 다툼을 이르는 말" 또는 "비슷비슷하여 견주어 볼 필요가 없음을 이르는 말"로 풀이하고 있습니다. '너'나 '나'나 비슷하거나 똑같다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가 업무 처리와 관련해 서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하고 나서 국민을 의아하게 만들었습니다. 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금메달을 딴 안세영 선수가 대한배드민턴협회의 업무 처리에 대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터뜨린 것을 계기로 문체부가 체육계 전반에 대한 운영 실태를 파악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자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에 대해 감사원에 공익 감사 청구를 했습니다. 감사 청구 사유를 보면 ▲부적절한 파리올림픽 참관단 운영 ▲후원사 독점 공급권 계약 ▲특정업체 일감 몰아주기 ▲국가계약법 위반 소지가 있는 과도한 수의 계약 ▲올림픽 선수단 해단식 일방 취소 ▲파리올림픽 코리아하우스 운영 논란 ▲특별보좌역·위촉자문위원과 대한체육회 자체 예산 방만한 사용 ▲불공정한 스포츠공정위 운영 등입니다. 문체부 조사 결과 대한체육회가 평소 업무처리 과정에서 파리올림픽 기간에도 엄정하지 못한 업무 처리를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문제가 된 업무 처리 상당수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2025년 1월 대한체육회장 선거를 앞두고 있는 이 회장이 연임을 위해 선심성 프로그램을 운영한 흔적이 엿보인다는 것입니다. 2016년 10월 취임한 이 회장은 3선 도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선 체육회는 파리 올림픽에 무려 98명의 참관단을 꾸려 6억 6,000여만 원의 비용을 썼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니 조계종 전국 신도회 사무총장이나 사찰 행정 직원 등 올림픽과 무관한 비체육계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체육회 공식 후원사에 다른 사업권을 수의계약으로 몰아줘서 공개경쟁 입찰이 원칙인 국가계약법 취지에 어긋났다는 지적도 받았습니다. 또 대한체육회가 올림픽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국 문화를 알리기 위해 파리 시내에 마련한 코리아하우스 운영 인력이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점도 드러났고, 진천선수촌 시설 관리용역 계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체육회 고위 관계자와 업체 관계자 유착 정황이 있어 문체부가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적이 있었습니다. 문체부는 이에 따라 이기흥 체제로는 스포츠 개혁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이기흥 퇴진'에 방점을 찍고 다각적인 대응책을 모색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겸하고 있습니다. IOC 위원의 경우 정년이 70세여서 이 회장이 2025년에는 그만둬야 하지만 대한체육회 3선 연임에 성공하면 이를 명분으로 4년간 IOC 위원을 더 할 수 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 회장 연임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대목에서 이기흥 회장의 사욕(私慾)과 노욕(老慾)이 엿보입니다. 그 좋은 IOC 위원 자리를 내놓기 아까우니까 무리수를 써가며 대한체육회장 3선을 노리는 것은 아닌지.
그런데 더 웃기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대한체육회가 감독기관인 문체부의 공익 감사 청구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입니다. 대한체육회는 "문체부가 발표한 체육회에 대한 감사 청구를 환영하며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라면서도 "공정하고 균형 있는 감사가 진행되도록 '문체부의 위법 부당한 업무 행태에 대한 공익 감사청구서'를 필요한 절차에 따라 감사원에 제출하겠다."라고 밝힌 것입니다. 체육회는 국민체육진흥법 취지에 반하는 문체부의 생활체육 예산 지방자치단체 이관, 국회 확정 사업 예산 집행과정에서 문체부의 과도한 개입과 고의적인 사업 승인 지연, 체육단체 간 업무 중복 및 갈등에 따른 비효율성 발생에 대한 원인 제공, 체육계 분열을 일으키는 대한체육회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간 강제분리 추진, 빈번한 정관 개정 승인지연 등을 감사 청구 내용으로 들었습니다. 이기흥 회장은 파리 올림픽 선수단 격려 행사에서 "체육회의 감사 청구는 갈등을 표출시키는 것이 아니다. 체육회도 고칠 부분이 있으면 쇄신해 나가겠다."라면서도 "시대가 바뀌고 있는 만큼 현장 체육인들이 느끼는 과도한 규제와 규정에 대해 객관적으로 조명해 보자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이는 대한체육회도 평소 감독기관인 문화관광체육부의 업무 처리에 불만이 많았음을 엿보게 합니다. 문체부가 뭔가 빌미를 줬다는 얘기입니다. 문체부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한 채 규제 일변도의 갑질을 하는 바람에 체육인들의 불만이 컸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문체부나 대한체육회가 '도토리 키 재기' 싸움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입니다.
배드민턴협회가 어떻게 감독기관인 문체부에 대해 감사청구를 할 수 있을까요? 막장 드라마 같은 일이 펼쳐진데는 문체부의 평소 업무 태도나 처리 방식에 문제가 많았던 것은 아닐까요? 만약 그랬다면 그야말로 자승자박인 셈이죠. 문체부가 평소 체육행정 업무를 공명정대하고 엄정하게 처리했더라면 감히 대한체육회가 이런 반격을 시도할 수 없었을 겁니다. 대한체육회 업무가 제대로 추진되고 있는지, 국가대표 선수들 관리는 철저하게 이뤄지는지 등 업무 전반에 대해 문체부가 철저하게 따지고 올곧게 관리감독을 해왔더라면 감사원 청구로까지 이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나몰라라식으로 방치하고 있다가 되치기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안세영 선수 반발을 계기로 대통령실이 추궁을 하고 국민적 관심이 커지자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으로 뒤늦게 업무 실태 파악에 나섰고, 부랴부랴 책임회피용으로 감사원 감사 청구를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필자는 판단합니다. 문체부가 김택규 회장의 횡령·배임 가능성을 지적하자 배드민턴협회도 최근 입장문을 통해 "명확한 근거 없이 한 개인을 횡령·배임으로 모는 것은 명확한 명예훼손으로 향후 반드시 법적인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대들었습니다. 국민적 지탄을 받은 배드민턴협회까지 문체부에 달려들었으니 문체부의 위상이나 권위가 완전히 땅바닥으로 곤두박질 쳤습니다. 어쩌면 향후 다른 체육단체(협회)들도 대들 가능성이 크니 문체부가 동네북 신세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걱정입니다.
필자는 개인 블로그를 통해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우리나라 골프장 비용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아 골퍼들의 불만과 원성이 자자하고, 이는 골프 대중화에 역행하는 것이니 주무부처인 문체부가 국세청 등 관계 당국과 협의해서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수차례 주창했습니다. 국내 골프 비용이 턱없이 비싸다 보니 코로나 19 엔데믹 선언 이후 해외로 빠져나가는 원정 골퍼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들이 해외 골프장에서 쓰는 달러 규모가 엄청나니 국가 통치 차원에서 골프장 비용 문제를 다룰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문체부가 나서서 골프장 비용 문제를 터치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는 문체부 공무원들이 애국심을 가지고 각자 맡은 업무에 충실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아니면 골프장 업주들의 '로비'를 받고 적당히 눈감아주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고요. 대한체육회가 맞불 감사 청구를 하고 배드민턴협회가 법적인 책임을 추궁하는 대상자로 전락한 문체부. 엘리트 체육인 관리는 국민 사기 앙양과 연결된 문제입니다.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이란 말이 있습니다. 때를 놓치고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따라서 문체부는 남탓 하지 말고 평소 업무 처리가 방만하거나 허점이 없었는지 면밀히 따져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로 국가 공권력의 권위가 형편없이 추락했다는 국민적 지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문체부는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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