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김재엽(61·金載燁·동서울대학교 경호스포츠과 교수). 1963년 대구 태생으로 계명대학교 출신인 그는 유도 천재였고, 한국 유도계의 영웅입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핌픽에서 -60㎏(60㎏이하)급에서 은메달을 땄던 그는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탁월한 기량으로 기필코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시상대에서 두 손을 치켜들었습니다. 특히 그는 결승전이 치러진 날(1988년 9월 25일)이 민족의 명절인 추석인 점을 감안, 트레이닝복이 아닌 멋진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서는 퍼포먼스를 보여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진정으로 유도를 사랑했고, 한국인에 대한 자긍심이 누구보다 컸기에 한복을 입고 시상대에 설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 김재엽이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하고 지도자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한국 유도계를 올바로 이끌어보겠다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국 유도계는 그런 김재엽을 퇴출시켜 버렸습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상황이었죠. 현역시절 자신도 처절하게 당했지만 실력 있는 유능한 제자가 판정 시비 끝에 지는 모습을 접하자 분연히 맞섰기 때문입니다. 그는 특정대학 출신들이 대한유도회를 장악한 채 선수 선발 과정 등에서 수많은 문제를 일으킨다고 폭로해 버렸습니다. 1995년부터 2013년까지 18년간 대한유도회 회장을 역임했고 대한체육회 회장과 용인대 총장까지 지내며 한국 유도계를 좌지우지한 김정행(80·金正幸)의 행태에 불만을 표출했더니 유도계 퇴출이라는 '극약처방'이 그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안세영(22) 선수가 파리 올림픽에서 여자 개인전 금메달을 딴 뒤 기자회견에서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자 큰 파문이 일었습니다. 곪아터진 협회의 엉터리 운영에 대해 직격탄을 날려버린 것입니다. 안세영의 폭로가 대통령실에게까지 전달되어서 문화체육관광부가 실태조사에 나서기로 하는 등 파문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유도계의 비리 등을 폭로했다가 퇴출까지 당한 김재엽 교수가 최근 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자신이 겪었던 억울한 일들을 낱낱이 고발해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의 고발 내용을 들어보면 특정대학 출신을 국가대표로 만들기 위해 저지른 작태는 상상을 초월합니다. 그럼 그의 고발 속으로 들어가 어떤 '억울한 일들'이 있었는지 살펴볼까요? <팟빵> 매불쇼가 내보낸 '유도 영웅 김재엽 "양궁협회 빼곤 다 썩었다!"' 제하의 방송에 출연한 김재엽 교수가 던진 발언에서 한국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점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김 교수는 안세영 선수가 터뜨린 협회와 관련된 보도를 보고 '참 용기 있는 선수'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으면서 말문을 열었습니다. 안세영 선수같이 자기의 마음속에 있는 (협회에 대한 불만 등) 말을 할 수 있는 선수가 그렇게 많지 않다고 한 김 교수는 "안세영에게서 마치 (유도계에 맞서 싸우던) 나를 보는 것 같았다. 스포츠에는 국민들이 생각하는 화려하고 감동을 주는 이면에는 지저분한 게 너무너무 많다."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김 교수의 '주옥같은 질타'는 이어집니다. "저는 스포츠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것처럼 정말 깨끗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다. 왜냐하면 스포츠가 국위 선양을 하는 데 있어서 정말 대단한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메달을 따면 상당히 자부심을 갖는다. 그런데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는 재목들이 권력에 의해서, 학연 지연에 의해서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보고 참지 못해서 많이 싸웠다. 그 싸움은 내가 잘나서 싸운 게 아니다.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특정대학이 주도권을 잡고, 자기들이 내보낸 선수들을 대표선수로 만들기 위해서 온갖 편파 판정을 해댔다. 또 김정행은 모든 유도인들을 다 장악, 자신의 말을 듣지 않으면 나처럼 유도계에서 퇴출시키는 불이익을 주었다. 그때 유도 국가대표 선발을 위한 평가전을 1,2,3차전 세 번을 하게 되어 있는데 용인대 출신 선수를 뽑기 위해 내 체급만 7번의 평가전을 치러야 했다. 세 번 평가전에서 내가 다 1등을 했으니 나를 국가대표로 뽑아야 함에도 4번의 선발전을 더 치른 것이다. 당시에는 올림픽에 출전만 해도 가문의 영광이었다. 나는 평가전을 7번이 아니라 70번을 해서도 국가대표가 되었어야 했다. 6차 평가전 때 암바의 기술로 그 선배의 팔을 부러트리는 사고가 있었다. (지긋지긋한 평가전은) 그만하자는 생각에 태그를 했는데도 내가 그 선배의 팔을 더 잡아당겼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그 선배는 7차전에 또 나왔더라. 선수생활 할 때부터 그런 점들에 대해 못마땅하게 생각했고, 나중에 지도자가 된 뒤 유도계를 변화를 시킬 마음에 뜻있는 사람들을 모아 봤는데 몇 명 모이지 않았다. 왜? 유도계에 퇴출당하면 먹고살 길이 없으니까. 그래서 혼자 투쟁을 했다."
그는 한국 체육이 개선해야 할 점도 제시했습니다. "한국 마사회 감독을 하면서 제자의 평가전과 관련해서 협회와 재판까지 붙은 적이 있었다. 유도인이지만 퇴출되었기 때문에 지금 나는 유도인이 아닌 체육인이다. 용인대 카르텔 때문에 각 대학의 유도부가 90% 이상 없어져버렸다. 왜냐하면 국가대표 선발이 안되니까. 대학에 유도부가 없어지니 고등학교 유도부도 없어지는 등 유도인구가 자꾸 줄어드는 악순환에 빠져 버렸다. 일본과 비교를 해보자. 일본 유도는 1,2,3,4진이 있는데, 그들 사이에는 실력차이가 거의 없다. 우리나라는 1진만 모든 국제대회에 보낸다. 안세영 선수가 그런 말을 하더라. 자기는 국가대표로서 모든 대회에 다 참가해야 했다고. 대회에 참가하려면 몸을 혹사해야 한다. 특히 유도 같은 투기종목의 경우 중량경기이기 때문에 어마어마한 혹사를 해야 한다. 저변 확대를 꾀해 1진과 4진의 실력이 비슷해서 작은 대회에는 4진을 내보냄으로써 1진이 휴식을 할 수 있도록 관리를 해야 한다. 일본은 그렇게 하고 있다. 김정행은 80이 넘은 지금도 한국 유도계를 컨트롤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예산은 국민 세금이다. 선수들 전지훈련을 하는데 임원들이 왜 그렇게 많이 따라나가나. 김정행을 들이받았더니 유도협회가 주는 (메달) 연금지급을 박탈당했고, 심판 자격증도 박탈당했다. 또 협회에는 나에 관한 자료가 없다. 1988년에 금메달 딴 뒤 지도자 생활 잠시 하고 그냥 사라진 사람에 불과하다. 직장을 잡으려고 하면 그들은 권력을 동원해 나를 쫓아냈다. 동국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 임용을 받게 되어 있었는데 유력정치인을 내세워 나를 쫓아냈고 순천향대학교 교수도 총장끼리의 권력에 의해 박탈당했다. 시합장에서 만난 김정행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갈 때까지 너는 유도계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라는 막말을 하더라."
김재엽 교수의 질타는 이어집니다. "양궁을 봐라. 모든 것을 쏟아 담아야 금메달 하나 나올까 말까 하지 않나. 안세영 선수의 폭로는 혹사를 얘기한 것이다. 왜 선수가 고통스럽다고, 힘들었다고 말하면 안 되나. 88 서울 올림픽 전에 선수들 인격대우 해달라고 내가 주동이 되어 데모한 적이 있었다. 너무 많이 맞는 등 인간취급을 받지 못했다. 그랬더니 모든 체육인과 언론까지 나서서 김재엽 저 놈 죽일 놈이다라고 몰아붙이더라. 협회는 선수를 지원하고 도와주라고 있는 거지, 권력 행세하라고 있는 게 아니다. 나 같은 사람이 계속 문제 제기를 해서 50년 후에라도 체육계가 깨끗해지면 좋다고 생각한다. SNS 등을 통해 체육계의 비리가 국민들에게 알려지는데 어떤 부모가 아이 운동을 시키려고 하겠느냐. 이는 결국 국가의 손실이 된다. 평생 유도계에서 이단아가 되어 욕을 먹고 있지만 유도를 진정으로 사랑하니까 쓴소리를 한다고 생각한다." 김재엽과 깊은 악연을 가진 김정행의 이력은 실로 어마무시합니다. 1943년 포항 태생으로 유도 국가대표를 지낸 선수출신이며 유도 국가대표 감독을 맡기도 했습니다. 그는 유도 명문인 용인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제2~6대 용인대 총장을 지냈고, 제29~34대 대한유도회 회장(18년), 제38대 대한체육회 회장까지 맡아 한국 유도회를 좌지우지한 유도계의 절대 권력자였습니다.
안세영의 폭로가 핫이슈가 된 가운데 온 몸 바쳐 유도계의 갖은 비리에 맞선 김재엽 교수의 처절한 싸움을 접하니 가슴을 먹먹해집니다. 비리로 얼룩지고 선수 관리에 큰 허점을 드러내고 있는 대한민국 체육계 이젠 싹 바뀌어야 합니다. 한국 체육계가 이처럼 엉망인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체육회와 산하 가맹단체에 대한 관리감독을 소홀히 했기 때문입니다. 당장 문체부가 모든 행정력을 집중해서 체육계의 비리와 그릇된 행태를 바로 잡아야 합니다. 문체부가 제 몫을 못한다면 감사원이 나서야 하고,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도 '응징의 칼'을 뽑아야 합니다. 국회도 나서야 한다고는 주창했지만 22대 국회가 하는 '꼬락서니'를 봐서는 국회에 대한 기대를 접는 것이 맞겠군요.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개의원, 국망의원 수준에 머물러 있으니까요.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반응형
'스포츠 이슈'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시엔' 제패 교토국제고의 기적엔... <32> (21) | 2024.08.24 |
---|---|
'한국산 양궁 활'도 세계 시장 주도 쾌거<26> (31) | 2024.08.13 |
조국 우크라를 사랑한 '펜싱 전사' 하를란 <23> (28) | 2024.08.04 |
한국 스포츠, 양궁의 '과학 훈련 비법' 배워라 <21> (32) | 2024.07.31 |
"'사랑의 훈육' 어린 선수에겐 필수 영양제" <10> (23) | 2024.07.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