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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슈

조국 우크라를 사랑한 '펜싱 전사' 하를란 <23>

by 마우대100 2024.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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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파리 올림픽 여자 사브르 개인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을 꺾고 역전승, 동메달을 딴 우크라이나 하를란이 피스트에서 무릎을 꿇고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세계인들은 ‘ 우크라이나’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슬퍼집니다. 또 좌절하고 분노를 삭입니다. 우크라이나가 악랄한 독재자로 러시아의 세계 제패(制覇)라는 헛된 망상에 사로잡혀 있는 푸틴 대통령의 야욕에 비참하게 휘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푸틴은 2022년 과거 소련의 위성국가였던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 수많은 인명을 살상했으며 '세계적인 곡창지대'인 우크라이나 국토를 황폐화시켜 버렸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전장(戰場) 곳곳에서 나라를 지키기위해 러시아군과 처절한 사투를 벌이다 죽거나 다칩니다. 수백만 명의 우크라이나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폴란드나 체코 등 인접국가로 피신, 타국에서 힘겨운 피난 생활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폭격기나 미사일 등을 동원, 우크라이나 국가기간산업시설을 닥치는 대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미래의 꿈인 어린이들까지 대거 납치, 가족들을 절규하게 만들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수 역할을 할 대규모 호수의 댐을 파괴하는가 하면 아파트나 상가, 학교 등에도 무차별적인 폭격을 자행, 세계인들이 공분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의 이런 참상을 매일 뉴스로 접하는 세계인들은 그래서 '우크라이나'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저리고 우울해지는 겁니다. 푸틴은 이제 세계사적(世界史的)으로도 히틀러 못지않은 '침략자'이자 '전쟁광(戰爭狂)'으로 낙인찍혀 버렸습니다. 그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큰 고통과 불행을 안겼지만, 그런 '망나니'를 국가지도자로 떠받드는 러시아인들에게도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안겨주었습니다.

 

2024년 7월 26일부터 8월 11일까지 프랑스 파리 하계 올림픽이 열리고 있습니다. 4년마다 한 번씩 화합과 평화를 다지기 위해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축제인 이 올림픽에는 206개국 1만 500여 명의 선수가 참가해 4년 동안 닦은 기량을 과시합니다. 이 멋진 '스포츠 제전(祭典)'에서 러시아 국기는 볼 수 없습니다. 푸틴의 만행이 자국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 기회를 차단한 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스포츠와 정치는 별개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 등 유럽 국가의 반발에도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들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할 길을 열어 주었지만 러시아 선수는 올림픽에 참가할 수 없었습니다. IOC가 러시아와 벨라루스 선수에 대해 군(軍)에 연계되지 않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지지하지 않는 선수로 '참가 자격'을 제한한 점도 불참한 이유가 되었을 법합니다. 파리 올림픽에는 침공을 당한 우크라이나 선수들은 '당당히(?)' 참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침략자를 국가지도자로 둔 러시아 선수들은 파리 근처에도 갈 수 없었죠. 이런 와중에 우크라이나 선수 가운데 '여자 검객(劍客)'이 우크라이나 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감동의 눈물을 흘리게 만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펜싱 선수 올하 하를란(34)이 그 주인공입니다. 그녀는 2024년 7월 29일(현지시각) 파리 그랑 팔레에서 열린 여자 사브르 개인 3위 결정전에서 한국의 최세빈(24·전남도청)과 맞붙었습니다. 초반 최세빈에게 5-11까지 끌려가면서 패색이 짙던 하를란은 놀라운 반전을 일으킵니다. 최세빈을 몰아붙인 하를란은 연속 득점, 12-11로 역전을 시켰고 14-14 동점을 만들더니 젖 먹던 힘까지 짜내 마지막 일격을 가했습니다.

 

2023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의 안나 스미르노바에게 이긴 후 검을 내밀며 악수를 거부하는 우크라이나 하를란(왼쪽). 하를란은 이 경기에서 이겼지만 악수 거부로 실격 처리되는바람에 세계 랭킹 포인트를 확보하지 못해 파리 올림픽 티켓을 놓칠뻔 했다. (AFP/연합뉴스)

 

두 선수에게 득점을 알리는 불이 동시에 들어왔지만 하를란은 승리를 확신한 듯 피스트(경기장)에 무릎을 꿇고 오열했습니다. 비디오 판독 끝에 15-14 승리를 확인한 하를란은 코치진과 얼싸안고 주체할 수 없는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관중석에서도 함성과 기립 박수가 이어졌습니다. 비록 동메달이지만 하를란에게는 금메달보다 더 값진 승리였습니다. '기적'과도 같은 역전승을 거둔 그녀의 머릿속에는 전쟁통에서도 자신의 경기를 열심히 응원하는 우크라이나 국민과 동료 국가대표선수들에게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던지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칼을 휘둘렀습니다. 경기 직후 언론과 인터뷰에서 "(나의 승리는) 러시아에 살해되어 파리에 올 수 없었던 우크라이나 선수들을 위한 승리다. 또 우크라이나를 대표해 올림픽에 출전한 동료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이번 올림픽에 26 종목 140명의 선수단을 파견했는데, 이는 역대 가장 적은 규모라고 합니다. 미하일로 포돌랴크 대통령 고문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사망한 우크라이나 선수가 최소 478명에 달한다."라고 전해주었습니다. 침략자이자 전쟁광 푸틴의 야욕에 우크라이나 운동선수 478명이 희생된 사실이 전 세계에 고발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운동선수들은 올림픽에서 기량을 뽐내고 싶었지만 더 급한 것은 백척간두(百尺竿頭) 위태로운 지경에 빠진 선 조국을 지키는 일이었습니다. 나라가 망하면 모든 것이 사라집니다. 푸틴은 2014년 무력을 동원, 우크라이나 자치공화국이었던 크림반도를 병합해 버렸습니다. 그러나 유럽연합과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푸틴은 그것도 모자라 2022년 또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하는 만행을 저질렀습니다.

 

하를란은 우크라이나가 자랑하는 펜싱 간판선수입니다. 열 살 때 펜싱에 입문한 하를란은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남의 신발과 슈트를 빌려가며 훈련에 매진했고, 4년 만에 우크라이나 대표선수로 발탁될 수 있었습니다. 2008 베이징올림픽 사브르 여자단체전 금메달, 2012 런던올림픽 개인전 동메달, 2016 리우올림픽 단체전 은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목에 거는 등 올림픽 때마다 '존재감'을 보였습니다. 하를란은 경기장에서 러시아의 만행을 고발하려다 자칫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할 뻔했습니다. 2023년 7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러시아 안나 스미르노바에게 이겼지만 경기 종료 후 악수를 거부하면서 실격처리된 것입니다.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엄청난 고통을 주고 있는 러시아를 국제펜싱경기대회에서 고발하려다 올림픽 출전 길이 막힐 뻔했습니다. 세계 랭킹 포인트를 획득하지 못해 파리 올림픽 참가가 무산될 수 있었습니다. 이에 우크라이나 체육 당국이 IOC에 제기한 항소가 받아들여지면서 가까스로 파리행 티켓을 거머쥐는 곡절을 겪었습니다. 하를란은 올림픽을 준비하는 와중에도 소셜미디어를 통해 조국에 대한 애틋함을 보였습니다. 2024년 7월 8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대대적인 미사일 공습을 감행하자 "이것이 러시의 진정한 얼굴이고 여기에는 어떤 평화도 없고 오직 살인과 파괴만 있다는 사실을 전 세계가 인정해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하를란의 동메달은 900여 일이나 전쟁의 고통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국민에겐 '희망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하를란이 최세빈과 동메달 전을 펼칠 때 올림픽 경기장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장면이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경기 소식을 전하기 위해 찾은 기자들이 목소리를 내며 하를란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인 겁니다. 하를란의 승리가 확정되었을 때 우크라이나의 기자들은  물론 다른 나라 기자들도 우레와 같은 함성을 지르며 기립 박수로 축하해 주었습니다. 차분하게 기사를 작성하고 송고하는데 전념해야 할 기자들이 특정 선수에게 응원을 하고 기립 박수를 보내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칼 한 자루로 현장에 있던 자국민 응원단은 물론 세계 각국의 기자들까지 기립 박수를 이끌어 낸 하를란. 그녀는 펜싱 선수를 넘어 칼 한 자루로 조국과 세계를 감동시키고 울려버린 '진정한 전사(戰士)'였습니다. 시상식 후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당신은 어디서 힘을 얻느냐"는 질문을 받자 하를란은 "나는 우크라이나인입니다. 우리는 언제나 강합니다. 나의 메달은 전 세계에 보내는 메시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결코 포기하지 않습니다."라고 '사자후(獅子吼)와 같은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우크라이나 출신 작가 테티애나 던포의 평가를 통해 하를란의 가치는 더욱 빛을 발합니다. "하를란은 우리의 영웅이고 조국을 대표하는 불굴의 정신이다." 하를란과 같이 나라 사랑으로 똘똘 뭉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버티는 한 푸틴의 야욕은 '헛된 망상'에 그칠 것입니다. 하를란과 우크라이나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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