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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양궁 올림픽 10연패, 남자 양궁 올림픽 3연패의 쾌거를 이룬 나라. 그곳은 대한민국입니다. 한국 남녀 양궁대표팀은 2024 파리 올림픽에서도 '절대적 우위'에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각국 양궁 선수들은 '한국', 'KOREA'란 이름만 들어도 무서워서 벌벌 떨고 주눅 들어야 했습니다. 과녁 한가운데 10점을 딱 겨누었는데도 손이 떨리고 어깨가 흔들리는가하면 호흡도 거칠어져서 8점, 7점을 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기 장면을 지켜보는 한국인들은 큰 자부심에 열광했지만 다른 나라 국민은 깊은 한숨과 탄식을 쏟아내야 했습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 양궁은 남녀혼성-남자단체전-여자단체전-남자개인-여자개인 등 세부 5개 종목에서 금메달을 싹쓸이해 버렸습니다. 워낙 출중한 실력을 보이자 한국인은 태생적으로 활을 잘 쏘는 민족이 아니냐라는 칭찬도 나왔습니다. 양궁 단체전에서 모두 우승한 뒤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기자가 "한국이 이렇게 양궁을 잘하는 이유가 뭔가? 조선시대, 고구려 때부터 한국인이 활을 잘 쐈다는 얘기도 있는데, 이런 거 포함해서 얘기 점 해 달라."라고 질문을 했어요. 이에 한국팀 맏형인 김우진(청주시청)은 체계적인 선수 관리와 엄정한 경쟁, 협회의 지속적인 관심이 어우러져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활을 잘 쏘는 '타고난 DNA'에만 기대지 않았다는 거죠.
김우진의 거침없는 답변은 이러했습니다. "한국 양궁은 체계가 확실히 잡혀 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실업까지 모든 선수가 운동하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공정한 양궁협회가 있기에 모든 선수가 부정 없이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한다. 양궁협회 회장이 양궁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어떻게 하면 세계 정상을 지킬 수 있을까 고민하면서 만들어간다. 그래서 지속해서 강한 모습을 보이는 것 같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남녀혼성 동메달리스트인 미국 양궁 선수 브레이디 엘리슨도 참석, 한국 양궁이 왜 탁월한 성적을 내는지 나름대로 분석한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한국과 미국의 양궁 시스템은 뿌리부터 다르다. 한국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15년 동안 상당한 훈련을 받는다고 들었다. 궁사로 훈련받은 상태에서 대학교에 들어가고, 양궁이 직업인 선수가 많다. 미국에서는 내가 활쏘기로 밥벌이하는 유일한 궁수다. 그래서 한국 양궁이 훨씬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우진과 브레이디 엘리슨의 발언에서 한국 양궁이 왜 세계무대를 수십 년간 꽉 장악하고 있는지 '정확한 해답'이 들어있습니다. 올림픽 등 국제대회 때마다 한국 선수에게만 하늘에서 뚝딱 내려주는 '신(神)의 선물'이 아니라는 거죠. 양궁을 잘 쏠 수 있는 우수한 선수를 공정한 경쟁을 통해 선발한 뒤 체계적인 훈련을 하고, 협회 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이 보태진 결과물이 세부 5 종목 석권으로 이어졌다는 것입니다.
올림픽 기간 한국 언론들은 한국 양궁이 세계무대를 석권하는 이유를 한 가지 더 밝혔습니다. 바로 뛰어난 국산 활 제작 기술이 그것입니다. 2024년 8월 8일 자 조선일보의 <국산 활로 세계시장 '명중'... 올림픽 또 다른 금메달리스> 제하의 기사에서 박경래 '윈엔윈(주)( WIN&WIN ARCHERY CO., LTD. · 경기도 안성시 소재)' 대표를 소개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전 종목을 석권한 한국 선수들을 포함해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53국 128명의 양궁 선수 중 38국 78명이 한국산 활을 썼다고 합니다. 그런데 78명 중에서 윈엔윈이 만든 '위아위스(WIAWIS)'라는 활을 쏜 선수가 63명이었어요. 박경래 대표 역시 양궁인 출신입니다. 그는 동아대 체육학과에 다닐 때인 1975년 우리나라 첫 양궁 국가대표가 되어서 태릉선수촌에 입촌했고, 1982년부터 남자 국가대표팀 코치를 맡아 86 아시안게임과 88 올림픽, 1991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그런 그가 양궁이 세계 1위라면 세계 1위 활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하고, 양궁 지도자 생활을 접은 뒤 아파트를 팔고 퇴직금을 끌어모은 4억 5천만 원으로 활 제조회사인 '윈엔윈'을 설립했습니다. 육상 선수 출신이 나이키를 창업했듯이 스포츠 용품은 선수 출신이 개발해야 선수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신념이 작동되었습니다. 당시 양궁 선수들은 미국 호이트나 일본 야마하제 활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활 잘 쏘는 한국 양궁선수들이 쓰는 '위아위스'가 전 세계로 팔려 나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박 대표가 주안점을 두고 개발한 포인트는 활의 손잡이 양 끝에 달린 날개 부분. 호이트와 야마하 활은 시위를 당길 때마다 균형이 맞지 않아 부러지고 금이 가는 경우가 잦았다고 합니다. 이에 박 대표는 중소 업체 기술자를 영입하고 양궁 선수들의 의견을 토대로 1년간 연구 끝에 날개가 손상되지 않는 '견고한 활'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거기다 외부 충격에 강한 소재를 찾기 위해 일본 도레이, 미국 고든카본 등의 기술을 접목한 결과 압도적인 성능을 자랑하는 활을 제작할 수 있었습니다. 1999년 프랑스 리옹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윈엔윈의 활이 전 세계에 알려지기 시작했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오교문 윤미진 선수가 이 활로 금메달을 따면서 위아위스는 한 해에 주문이 1만 개씩 밀려드는 글로벌 브랜드로 우뚝 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17년에는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을 세계 최초로 양궁 활의 소재로 활용, 활의 반동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박 대표는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야마하 양궁 사업부까지 인수했는데, 야마하만 고집하던 일본 대표팀도 2004년 아테네 올림픽부터 지금까지 윈엔윈 제품만을 쓰고 있다고 합니다. 윈엔윈은 일본을 포함해 미국, 영국, 프랑스 등 30개국에 활을 수출하고 있는데 2023년 수출액이 1,227만 달러(약 169억 원)에 이를 정도로 급성장했습니다. 박 대표는 양궁을 넘어 경기용 사이클까지 사업 영역을 넓혔고, 파리올림픽에서 국내외 사이클 선수가 윈엔윈 제품 페달을 밟았다고 합니다. 이처럼 양궁 궁사에 이어 양궁 제조사까지 세계를 석권한 데는 뛰어난 두뇌와 끈기, 끝없는 도전이 어우러졌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양궁 파이팅! 한국산 양궁제품 파이팅!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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