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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초당적 대처' 노르웨이 국회엔 무슨 일이? <37>

by 마우대100 2024.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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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지도.

 

2020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2023년 10월 개시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의 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 각국이 유래 없는 국방비 증액에 몰두하고 있습니다. 2차 대전 이래 처음으로 유럽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에 전면전(全面戰)이 펼쳐지자 미국의 영향력에 기댄 채 한동안 평화체제 속에서 안주해 있던 유럽 각국이 화들짝 놀라 대비책을 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전쟁은 남의 일이 아닌, 곧 우리를 덮칠지 모를 엄청난 재앙"이라고 깨닫기 시작한 것이죠. 2024년 9월 3일 자 조선일보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헤즈볼라 전쟁을 계기로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들의 국방비 증액을 주제로 한 기사를 다뤘습니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감소했던 나토 회원국(미국 제외) 국방비 총액은 2023년에 전년대비 9% 늘었고, 2024년에는 18%까지 급증할 것으로 나토는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소련의 붕괴를 계기로 냉전(冷戰)이 종식된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인 것이라고 합니다. 2023년 국방비 지출 증가액 상위 10국의 현황을 보면 전쟁 중인 러시아가 241억 달러로 1위, 우크라이나가 209억 달러로 2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미국 194억 달러, 중국 175억 달러, 폴란드 115억 달러, 알제리 70억 달러, 이스라엘 56억 달러, 영국 51억 달러, 독일 50억 달러, 일본 50억 달러 등의 순이었으며 한국은 25위로 5억 달러였습니다.

 

이처럼 전 세계가 국방비 증강에 뛰어드는 이유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으로 인해 유럽과 중동지역이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과 인도·태평양 지역 확장 정책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안보 위기가 커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5월 영국 전략국제연구소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각국이 지출한 군비는 2조 2,000억 달러(2,948조 원)로 전년보다 약 9% 증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비슷한 시기 스웨덴의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SIPRI)도 2023년 세계 149국 중 3분의 2가 넘는 69%가 전년대비 군사비 지출을 늘렸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미국의 2024년도 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군사비는 8,860억 달러(1,187조 원)로 원화 기준 1,000조 원을 돌파했고, 호주도 중국의 위협에 맞서 2030년까지 2,000억 달러를 국방비에 추가 투자키로 했습니다. 또 이웃나라 일본도 내년 방위비를 대폭 증액할 방침입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방위성은 2025년도(2025년 4월~2026년 3월) 방위비 예산으로 8조 5,389억 엔(약 78조 원) 책정했는데, 이는 전년보다 7.4%나 증액한 것입니다. 일본이 이처럼 방위비를 대폭 증액한 데는 중국 견제를 위해 일본의 군사력 강화를 바라는 미국의 직간접 요구를 반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그런데 이날 조선일보 기사 가운데 비에른 아릴 그람 노르웨이 국방부 장관과의 인터뷰 내용이 필자의 눈길을 확 끌었습니다.

 

노르웨이 정부는 지난 4월 2036년까지 12년 동안 국방비를 76조 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당시 요나스 가르 스퇴레 노르웨이 총리는 "역사적 증액이다."라고 평가했다고 합니다. 9월 1일 서울 성북구 노르웨이 대사관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그람 장관은 "국방비 대폭 증대 결정을 내렸을 때 극좌로부터 극우까지 대부분 국회의원들이 동의했다. 노르웨이의 안보 상황을 고려할 때 우리 스스로 국방을 강화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데는 초당적인 합의가 이뤄졌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위치해 스웨덴과 핀란드와 접하고 있고 러시아와도 198㎞ 가량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노르웨이는 제1·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을 선언했지만 2차 대전 기간엔 나치 독일의 공격을 받았던 나라입니다. 결국 5년이란 기간 독일 지배를 받은 이후 노르웨이는 1949년 창립된 나토에 가입, 북부 전선에서 구(舊) 소련 해군을 저지하는 역할을 해왔으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국방력 강화에 온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국경선을 접한 호전국 러시아의 침공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람 장관은 또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나토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 대선은 중요하지만 나토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나토는 계속 성장해 왔다. 이웃나라(스웨덴과 핀란드)들이 가입하지 않았느냐"며 나토의 중요성을 인정했습니다. 나토가 든든하게 잘 작동해야 과거 독일에게 당했듯이 러시아 등으로부터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란 뜻입니다.  

 

그람 장관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세계가 배울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대해 "이 전쟁은 세계가 점점 더 상호의존적이 되어간다는 사실을 드러냈다고 생각한다. 이 전쟁은 지구촌 한쪽의 안보 상황이 나머지 지역에도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민주주의 국가 간 지지와 협력은 중요하며 이번 방한 목적도 한국과의 협력을 늘리는 것"이라고 피력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국과의 방산 협력에 대한 전망을 묻자 "한국은 수준급 기술을 보유한 방산 강국이자 주요 무역국이다. 우리는 이미 K-9 자주포를 수입해 운용하고 있으며 노르웨이와도 협력을 크게 늘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노르웨이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는 것을 보고 전쟁은 언제든지 터질 수 있다고 판단하고 스스로 국방비 증액에 나선 것입니다. 따라서 대한민국 국회는 국가 안보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초당적인 협력 자세를 보여준 노르웨이 국회에게 큰 자극을 받아야 합니다. 나라를 지키는데 여와 야가 있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의 핵 위협과 중국과 러시아의 야욕에 노출되어 있는 우리는 안보에 관한 한 국회를 포함, 전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유사시를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국회를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습니다.

 

전 세계 각국이 자국 안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있는 마당에 우리 국회는 안보 대책은커녕 민생 법안 처리도 뒷전인 채 탄핵몰이, 친일몰이, 뉴라이트 타령, 계엄령 타령에 목숨 거는듯한 한심한 작태를 보여주고 있을 뿐입니다. 멍청하고 유치 찬란한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초당적 협력을 통해 슈퍼급 국방비 증액을 했다는 노르웨이 국회 소식을 접하고 왜 그렇게 부러웠을까요?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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