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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40세 미국 부통령 후보' 밴스가 왜 부럽지? <17>

by 마우대100 2024.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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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7월 17일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파이서브 포럼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부통령 후보직을 수락하는 연설을 하는 밴스 연방 상원 의원.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오하이오 시골 출신 '흙수저' 40세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J.D. Vance) 공화당 연방상원 의원. 2024년 11월 치러지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혜성처럼 나타난 밴스 상원의원이 도하 모든 언론의 취재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번 대선은 민주당의 1942년 11월생인 바이든(Joe Biden·82) 현 대통령과 공화당 후보가 된 1946년 6월생인 트럼프(Donald Trump·78) 전 대통령과 4년 만의 재대결에서 누가 승리할 것인가가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인에게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이런 가운데 40세에 불과한 상원의원 밴스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밴스의 갑작스러운 출현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단순히 트럼프 선거 캠프의 중요한 일원으로서가 아니라 미래 권력의 텃밭이 될 수 있는 트럼프의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로 나섰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인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의 한 유세 현장에서 총격을 받고 사선(死線)을 넘었던 트럼프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개막식에 참석, 두 주먹을 불끈 쥐고 "Fight!"를 외치며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이날 전 세계 언론이 주목한 점은 총격을 당했던 트럼프의 건강상태가 어떨까 하는 점과 함께 그가 대선 승리 이후 4년간 국정을 이끌어 갈 러닝메이트, 즉 부통령 후보가 누구일까라는 점이었습니다.

 

80대 바이든과 70대의 트럼프가 붙어 미국 대선 역사상 '최고령자간 대결'이 펼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트럼프가 40세의 '젊은 러닝 메이트'를 띄움으로써 신선한 충격을 던졌습니다. 이같은 결정의 배경에는 트럼프가 자신의 나이도 적지 않다는 지적을 의식, 40세 밴스를 내세운 것으로 보입니다. 78세의 고령 후보가 젊음과 패기, 활력으로 무장한 40대 러닝 메이트를 내세움으로써 당장 안정감을 주는 정ㆍ부통령 후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바이든의 이번 대선 러닝 메이트는 2020년 대선 러닝 메이트였던 카멀라 해리스(Kamala Devi Harris·59) 부통령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자메이카 출신 이민자 출신 아버지와 인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샌프란시스코 검사장과 캘리포니아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 출신입니다. 초선 상원으로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했다가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면서 중도 사퇴했는데, 바이든이 당선되면서 해리스는 미국 역사상 최초로 흑인 부통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카멀라에겐 '어두운 과거'가 숨어 있습니다. 해리스가 승승장구를 하는 데엔 그와 불륜관계를 유지했던 전(前) 가주 하원의장이자 샌프란시스코 첫 흑인시장을 지낸 윌리 브라운(90)의 '정치적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2024년 7월 15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 밀워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정ㆍ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과 밴스 오하이오주 연방 상원의원(오른쪽). (로이터/연합뉴스)

 

따라서  2024년 미국 대선은 고령의 바이든 현직 대통령과 전직 트럼프와의 격전 못지않게 40세의 혈기왕성한 변호사 출신 상원의원과 현직 상원의장직을 맡고 있는 해리스 부통령과의 '혈전'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밴스가 어떤 인물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1984년생인 밴스는 미국의 대표적인 제조업 쇠퇴지역인 '러스트벨트'로 꼽히는 오하이오 흙수저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그가 태어난 오하이오 미들타운은 '힐빌리(Hillbilly)'들이 모여 사는 곳입니다. '힐빌리'는 애팔래치아 산맥의 외딴곳에 사는 백인 노동자 계층을 낮춰 부를 때 쓰이는 단어입니다. 가정 폭력을 일삼았던 부친과 마약 중독자인 모친은 밴스가 어릴 적에 이혼을 했고, 가난한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랄 정도로 양육 형편이 열악했습니다. 밴스는 그러나 불우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힘과 의지로 대학을 나와 변호사가 되었고, 정치계에 입문해  2년 전 상원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반전을 거듭한 그는 이제 상원의원을 넘어 40세라는 젊은 나이에 부통령 자리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밴스는 자신이 겪은 빈곤과 러스트벨트의 무너지는 가족 이야기를 담은 회고록 '힐빌리의 노래(Hillbilly Elegy)'를 내었는데, 2016년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학비 마련을 위해 해병대에 자원입대, 5년간 복무했고 이라크전에서도 활약한 참전용사이기도 합니다. 군 생활을 통해 엄격하고 꾸준한 훈련을 거치며 노력과 규율의 중요성, 그리고 자산을 잘 관리하는 법을 배웠다고 합니다. 오하이오주립대학에서 정치학과 철학을 전공했으며 2013년 명문 예일대 법학대학원을 졸업, 변호사가 되었고 그때 법학대학원 동기인 아내 우샤 칠루쿠리 밴스(인도계)를 만났습니다. 그는 첨단 기업과 전 세계 자금이 모여 있는 실리콘밸리의 중심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 '미스릴 캐피털'에 합류, 밴처 투자자의 경험도 쌓았습니다. 2022년 정치에 뛰어들어상원의원에 당선되는 과정에서 실리콘밸리의 지인들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고 합니다. 최근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럼프 캠프에 매달 4,500만 달러(623억 원)'를 기부키로 한 데는 밴스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고 합니다.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를 '문화적 헤로인', '미국의 히틀러'라고 부르는 등 반(反) 트럼프 행보를 보였던 밴스는 2020년 대선을 앞두고 "러스트벨트에 사는 미국인의 좌절감을 인식하는 몇 안 되는 정치인이다."라고 평가하며 지지로 돌아섰다고 합니다.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 주인이 된다면 40세의 밴스도 정치인으로서는 승승장구의 길로 들어서게 됩니다. 트럼프 선택을 받고 밴스는 확실한 차기 대권주자(大權走者) 반열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필자는 트럼프가 40세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지명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가슴이 철렁했고, 울화통도 치밀어 올랐습니다. 왜냐고요? 미래를 대비하는 미국 정치권의 모습과 '아귀들의 다툼장'으로 변해버린 우리나라의 정치권과는 너무 대비되었기 때문입니다. 언제부턴가 우리 정치권은 '미래(未來)'를 내팽개치고 '과거(過去)'만 붙잡고 내편 네 편 갈라져 싸움박질만 일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정치인에게는 국가와 국민이 안중에 없어져 버린듯합니다. 기업가와 소상공인의 의욕을 말살하고 국가경쟁력, 국제경쟁력을 떨어트리는데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부끄럽기 짝이 없는 전과를 주렁주렁 달고 있거나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가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재판을 받는 범법자(犯法者)들이 무더기 국회의원 배지를 달았습니다. 또 결코 만들어져서는 안 되는 악법(惡法)이 계속 발의되고 있고요. 그래서 그들에겐 국회의원이 아니라 '국개(國犬) 의원', 국망(國亡) 의원'일뿐이라는 비아냥이 국민들 사이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미국은 40세 밴스 부통령 후보를 세상에 내놓고 '거창한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데 우리 정치권은 지금 뭘 하고 있나요? 왜 우리 정치권은 유능하고 참신한 정치 지도자를 키울 생각을 하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 때문에 가슴이 철렁했고 울화통이 치밀어 올랐습니다. 40세 부통령 후보를 내는 미국 정치권의 결단이 참으로 부럽기만 합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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