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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이슈

"'사랑의 훈육' 어린 선수에겐 필수 영양제" <10>

by 마우대100 2024.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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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스포츠 지도자들은 어린 선수들을 제대로 양성하기 위해서는 시의적절한 훈육이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체벌 때문에 자주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다. (MS AI 이미지)

 

중학교 배구 선수 시절 겪은 '잔인한 배구심판'을 통해 분명히 배운 게 있습니다. 자라나는 청소년들을 지도하고 있는 교사들이나 체육지도자들의 언행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입니다. 그들이 공명정대(公明正大) 하지 못하고 저지른 비행(非行)은 청소년이나 제자들에게 평생 상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교사들이나 체육지도자들은 물론 공무원과 판사, 검사, 경찰관, 국회의원을 비롯한 사회 지도층은 정의로운 사고와 처신으로 사회를 이끌어가야 합니다. 1979년 4월, 저는 대학 2학년을 마친뒤 휴학계를 내고 군복무를 위해 입영 영장을 받아놓은 상태에서 고향에 돌아가서 농사일을 돕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1978년 경남도민체육대회 때 의령군 대표 배구선수로 출전했을 때 만난 의령군배구협회 책임자(초등학교 교감)로부터  Y초등학교 배구부 코치를 맡아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었습니다. 2개월 후면 입대할 예정이라고 하자 입대 전까지만이라도 도와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고민 끝에 부친의 허락을 받고 Y초등학교로 달려갔죠. 당시 Y초등학교는 군내 초등학교 배구대회에서 우승을 한 뒤 소년체전 경남예선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4, 5학년으로 구성된 선수들과 상견례를 하고 실력 점검을 해보니 어떻게 군(郡) 대표가 되었는지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의 바닥 수준이었습니다. 수비도, 공격도, 체력도 엉망 그 자체였죠. 기본기를 다지고 체력부터 끌어올려야 되겠다는 판단하에 두 달간의 훈련계획표를 작성했습니다. 다음날부터 회초리를 든 채 호통을 치며 훈련 전후 운동장 10바퀴 달리기, 20m 왕복 달리기, 윗몸일으키기, 수비 담력을 키우기 위한 모래밭 뒹굴기, 줄넘기, 턱걸이 등으로 몰아붙였습니다. 선수 중에는 배구를 처음 접한 J라는 완전 초보도 있었는데, 이 친구에 대해서는 별도로 기본기 훈련을 집중적으로 시켰습니다. 또래에 비해 훌쩍 키가 큰 J는 부모가 이혼을 해 가정이 불우했으나 공부를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단거리 육상선수로 메달을 딴 친구여서 Y 초등학교는 미래의 주공격수로 키울 요량으로 전학을 시켜놓았던 것입니다. J와 면담을 해보니 상황에 대한 판단이 빠르고 배짱이 두둑해서 공격수의 자질을 갖고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각별한 관심을 갖고 J의 조련에 임했습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맹훈련을 하고 나니 아이들의 실력은 몰라보게 늘어있었습니다. 특히 J의 배구 기술은 하루가 다를 정도로 좋아지고 있었고요. 나무가 쑥쑥 자란다더니 아이들이 정말 그랬습니다. 그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 정말 즐거웠고 보람찼습니다. 새싹을 잘 키워야 쓸모 있는 식물이 된다더니, 아이들을 가르치는 재미가 쏠쏠 했습니다. 그렇게 2개월을 함께 한 저는 아이들에게 열심히 훈련에 임해서 좋은 성적을 내라고 당부한 뒤 입영 열차에 몸을 싣고 논산훈련소에 갔다가 강원도 화천지역에 있는 자대 배치를 받았습니다. 중화기 중대에서 졸병 생활에 임하면서도 늘 Y초등학교 배구선수들의 성장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던 중 Y초등학교 남자 배구부가 경남도 대표로 선발되어 1980년 6월 춘천에서 열리는 소년체전에 출전한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때마침 첫 정기 휴가(7일)가 잡혀 저는 일병 계급장을 달고 고향으로 가는 길에 춘천 경기장으로 달려갔습니다. 세상에! 저는 거기서 일 년 만에 성장한 아이들의 경기력을 보고 거의 기절초풍할 뻔했습니다. 일취월장(日就月將)한 실력으로 상대팀을 압도한 끝에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으니까요.

 

특히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J의 실력은 출중함 그 자체였습니다. J는 부드럽고 탄력 있는 공격으로 팀 승리의 주역이었습니다. 경기 흐름을 읽는 눈도 좋았고, 육상을 한 덕분인지 높은 서전트 점프로 상대팀 공격을 잇따라 블로킹으로 차단하는 실력도 과시해 감탄을 자아내게 했습니다. 명지대 배구선수 출신인 전담 코치의 지도하에 아이들은 1년 만에 그렇게 성장한 것입니다. 불과 2개월이었지만 아이들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저도 일조(一助)를 한 것 같아 뿌듯했고요. 그렇습니다. 자라나는 아이들은 올바른 정신 상태에서 제대로 훈련만 받으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아이들을 지도하는 어른들은 열정(熱情), 각오(覺悟), 정성(精誠),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전략(戰略)이 꼭 필요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저는 세계적인 슈퍼스타 손흥민의 기본기를 닦아준 부친 손웅정 감독을 평가하고 싶습니다. 그런 손 감독이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데리고 일본 오키나와에 원정 훈련을 갔다가 체벌 논란에 휩싸여 있습니다. 쓸모 있는 선수가 되려면 끈기와 강한 정신력이 꼭 필요합니다. 따라서 지도자는 가차 없는 훈육과 함께 매를 들 수도 있는 것 아닐까요? 그래야 훗날 정상급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을 테니까요. 초등학교 배구 임시코치 2개월의 경험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자꾸 손웅정 감독의 체벌 논란이 억울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하루빨리 아동 부모와 원만한 합의가 이뤄졌다는 소식을 듣고 싶습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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