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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이슈

트럼프 피격은 '증오'가 부른 불상사? <14>

by 마우대100 2024.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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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주 유세 도중 총격을 받은 뒤 얼굴에 피를 흘린채 비밀경호국 요원들의 경호를 받으며 단상 뒤에 엎드려 있다.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78·Donald J. Trump)는 2024년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사실상의' 공화당 후보입니다. 2016년 대통령에 당선된 뒤 재임기간(2017.1~2021.1)은 물론 퇴임 후에도 갖은 막말을 일삼고 여러 범법(犯法) 혐의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그가 공화당원들의 압도적인 지지속에 공식 후보로 나설 태세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청천벽력 같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습니다. 2024년 7월 13일 펜실베이니아에서 유세 중 트럼프는 날아든 총탄에 오른쪽 귀 윗부분을 맞았고, 얼굴에 유혈이 낭자한 모습이 언론을 통해 전 세계에 생생하게 전해진 것입니다. 저격범은 유세장에서 120~150m 떨어진 건물 옥상에서 트럼프를 겨냥, 반자동소총으로 8발이나 쐈고 그중에 한 발이 트럼프 오른쪽 귀를 스쳤습니다. 그의 저격 시도로 트럼프 주변에 있던 지지자인 전직 소방관 코리 콤퍼라토레(50)씨가 총탄에 맞아 숨졌고, 2명이 중상을 입었습니다. 트럼프는 가까스로 화를 면했지만 지지자들이 죽거나 다치는 불상사를 당했습니다. 저격을 시도한 용의자는 특별경호원들에 의해 현장에서 사살되었습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암살 시도 용의자의 DNA를 분석하고 생체 정보를 확인한 결과 펜실베이니아에 거주하는 21살의 백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로 확인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총격 현장인 버틀러는 크룩스의 등록 주소지에서 약 42마일(67㎞) 떨어져 있습니다. 크룩스는 2021년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원으로 등록되었는데, 그의 신상 정보가 공개된 주소지 및 생년월일과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미국 연방선거위원회 기부자 내역을 보면 크룩스가 2021년 6월 민주당 기부 플랫폼인 '액트블루(ActBlue)'를 통해 진보성향 유권자 단체인 '진보 유권자 참여 운동(Progressive Turnout Project)'에 15달러를 기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국은 크룩스의 정확한 범행 동기나 배후 여부, 공범 여부 등에 대해 조사하고 있지만 조사 결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크룩스가 유세장 부근 제조업체 공장 옥상에서 소총을 든 채 기어서 이동하는 장면을 지지자들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크룩스가 유세를 시작한 지 8분쯤 지나 엎드린 자세로 총격을 가하자 유세장 주변에 배치된 특별경호팀의 저격수에 의해 사살되었다고 합니다. 트럼프는 당시 청중에 투사된 차트를 보기 위해 얼굴을 돌리는 순간 오른쪽 귀 윗부분을 총알이 스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노출되어 있었습니다.

 

언론 발표대로라면 트럼프는 대선을 불과 4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민주당원이 아닌 공화당원에 의해 목숨을 잃을 뻔한 것입니다. 만약 총알이 2~3㎝ 정도만 더 왼쪽인 머리 쪽으로 날아갔다면 '사실상의 대선 후보'가 암살당하는 미국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습니다. 트럼프가 생사를 달리했다면 그 후유증은 실로 엄청났을 것입니다. 대선을 코 앞에 주고 당장 공화당은 새로운 후보를 뽑는 절차에 돌입해야 합니다. 새로운 경쟁자들끼리 경선 절차를 다시 밟을 수밖에 없어 오는 11월 5월로 예정되어 있는 선거인단(538명) 투표일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봐야 합니다. 트럼프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총격사건에 신속하게 대응해 준 비밀경호국 모든 법 집행기관에 감사를 표한다. 이번 사건으로 사망한 집회 참석자와 유족에게 애도를 표하며 부상자와 그 가족에게도 위로를 전한다."라고 밝혔습니다. 경쟁자인 조 바이든 대통령도 대국민 연설을 통해 "미국에서 이런 종류의 폭력이 설 곳이 없다. 암살 시도는 우리가 지지하는 모든 가치에 위배되는 것이며 통합이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강조했습니다. 케네디 형제와 킹 목사가 암살된 1960년대를 거쳐 1981년 레이건 대통령의 암살 시도가 있은지 40여 년 만에 트럼프를 상대로 다시 암살 시도가 발생하자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피격 후 놀라운 반응을 보여 공화당원들을 환호하게 만들었습니다. 총에 맞아 오른쪽 귀와 뺨에서 피가 흘러 경호원들의 부축 속에 단상을 내려오는 과정에서 오른손 주먹을 불끈 쥐고 "Fight"라고 외쳐 건재함을 과시했기 때문입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경각의 위기 속에서도 '의젓한 퍼포먼스(?)'를 펼침으로써 오히려 지자자들을 더 뭉치게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82세의 고령에 잇단 실수를 거듭하고 있는 바이든을 상대로 한 대선은 사실상 끝났다는 말도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라는 행운론도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 대선 후보를 대상으로 한 암살 시도는 트럼프가 처음입니다. 문제는 왜 트럼프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느냐를 냉정하게 따져 봐야 합니다. 아웃사이더 기업가였던 그가 국무장관 출신인 힐러리 후보를 제압하고 대통령에 당선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재직기간 내내 자극적인 언사로 통합보다는 증오를 부추기면서 대화와 타협이 사라지게 만들었고, 그것이 이번 피격사건을 자초했다는 혹독한 비판도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4년 전 대선에서 바이든에게 패배를 했으면서도 "실제는 내가 이겼다."라고 주장, 이를 사실로 믿은 그의 지지자들이 폭력적으로 의사당까지 난입하게 만든 원인 제공자로 재판까지 받고 있는 점은 과연 법을 수호하고 민주주의를 지킬 대통령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도 많습니다.

 

여러 성추문 의혹을 비롯한 각종 쟁송(爭訟)에 휘말려 있는 트럼프. 이번 피격 사건이 2024년 미국 대선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궁금합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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