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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이슈

포스코그룹에 드리운 '짙은 그림자' <68>

by 마우대100 2024.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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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1월 10일에 이어 24일 또다시 화재가 발생한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공장. (연합뉴스)

포스코(POSCO)그룹은 대한민국에서 자란 세계적인 철강기업입니다. 포스코그룹 장인화 회장은 취임 100일을 맞은 2024년 7월 초 "2030년까지 그룹 매출 규모를 2배, 영업 이익을 4배로 끌어올려 그룹 합산 시가 총액 200조 원을 달성,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라는 굳센 포부를 밝혔습니다. 철강과 이차전지 소재 및 신소재를 축으로 그룹을 획기적으로 성장시키자고 장 회장이 중기 비전을 제시한 것입니다. 포스코그룹은 이를 위해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칠레, 아르헨티나 등 남미 염호와 북미·호주의 광산·자원 회사와의 협업을 위한 투자를 확정했습니다. 또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신소재 분야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항공·유주 등 미래 산업에 적용될 첨단 소재 분야를 선점할 수 있도록 인수합병 기반의 신사업 추진 프로세스를 구축하기로 했고요. 포스코그룹의 장 회장 발표 당시 계열사들의 합산 시가총액은 68조 460억 원 정도였습니다. 시가총액 200조 원이 되려면 현재 시가 총액보다 무려 132조 원이나 더 늘어야 하니, 장 회장의 비전이 현실화된다면 포스코그룹은 그야말로 세계 굴지의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습니다. 장 회장의 의욕대로 그룹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창조적인 자세로 세계 시장을 향해 뛸 경우 거뜬하게 '꿈의 시가 총액 200조 원 달성'이 가능해 질지 모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포스코그룹을 둘러싼 내외의 사정은 그렇게 녹록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세계 경기 불황 속에서 중국 철강제품의 저가 공세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관세 폭탄 우려가 예상됩니다. 그야말로 산업의 쌀이자 국가기간산업인 철강업계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해 있는 것입니다. 실제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철강 기업들이 구조조정과 감산에 나서거나 아예 문을 닫고 있습니다. 포스코의 경우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것 같습니다. 포스코가 45년 넘게 운영해 온 포항제철 1 선재공장을 2024년 11월 19일 전격 폐쇄했습니다. 지난 7월 포항제철소 1 제강공장 폐쇄에 이어 3개월여 만에 주요 철강 생산시설이 또 문을 닫은 것입니다. 국제 철강 공급 과잉과 중국산 저가 공세 등에 악화하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효율화를 위한 결정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하고 있습니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선재 시장의 생산 능력이 2억 t에 육박했지만, 수요는 절반도 못 미치는 9,000만 t에 불과해 심각한 공급 과잉 현상이 빚어졌습니다. 포철은 이에 따라 1 선재 공장에 소속된 직원 전원을 공장 정리 후 다른 곳에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선재(wire rod)는 철강 반제품을 압연해 선 형태로 뽑아낸 제품을 말합니다. 1 선재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은 못, 나사 등의 재료와 자동차 고강도 타이어 보강재 등에 쓰입니다. 포스코는 저수익 사업으로 분류된 중국 장쑤성의 장가항포항불수강 제철소 매각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11월 13일에는 국내 2위 철강사인 현대제철도 경북 포항 2 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2024년 1~9월 조강(쇳물) 생산량은 4,764만t으로 2010년 이래 14년 만에 가장 적은 양이라고 합니다. 공장 가동률도 포스코 85%, 현대제철 84%로 이는 최근 3년 최저 수준입니다. 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포스코는 40%, 현대제철은 77% 급감했다고 합니다. 한국 철강업계를 옥죄는 또 다른 요인은 도널드 트럼프의 재집권입니다. 철강업계는 트럼프 재집권으로 관세 부과와 국가별 수입 쿼터(할당량) 감소 등 무역 장벽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이 미국에 수출하는 철강재는 연간 263만 t까지 관세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18년 트럼프 1기 정부는 철강을 국가안보 연관 물품으로 판단, 한국으로부터 철강 수입량 관세면제 쿼터를 대폭 줄였습니다. 이전까지는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량은 340만~440만 t선이었지만 관세 면제 쿼터 하향 조정 후 수출 물량이 250만 t으로 주저앉은 것입니다. 포스코경영연구원이 최근 정부에 전달한 '미국 대선에 따른 철강 산업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통상 분야에서 대중국 견제를 강화하면 한국 철강업계도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 공약대로 보편관세가 도입되고 대미 수출 쿼터가 현재보다 더 축소될 경우 한국 철강의 대비 수출도 불가피해진다는 것입니다. 특히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멕시코와 베트남 등을 중국산 제품의 우회 기지로 보고 무역장벽을 강화할 경우 포스코멕시코, 포스코베트남 등도 덩달아 피해가 예상됩니다.

 

이렇게 대외적으로 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가 창사 이래 첫 파업을 예고하고 나서 포스코는 안팎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입니다. 포스코 노조는 2024년 11월 25일 72.3%의 찬성률로 파업을 최종 결의했습니다. 글로벌 철강 시황 불황에다 중국발(發) 저가 공세까지 겹치며 포스코는 최근 중국 내 유일한 제철소를 매물로 내놓았고, 국내 공장 두 곳도 폐쇄하는 등 구조 조정이 필요한 상황에서 노조가 들고일어난 것입니다. 철강 업황 악화로 45년간 가동해 온 공장마저 폐쇄할 정도로 회사의 경영 상태가 궁지에 몰려있는데도 노조는 무조건 많이 내놓으라고 밀어부치고 있습니다. 노조는 ▲기본임금 8.3% 인상 ▲복지사업기금 200억 원 조성 ▲자사주 25주 지급 ▲ 격려금 300% 지급 ▲학자금 상향 지원 등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10만 원 인상 ▲일시금 600만 원 지급 ▲복리후생 포인트 21만 원 신설 ▲노조 복지기금 15억 원 출연 등을 거부했습니다. 만약 노조가 파업한다면 창사 이래 56년 만의 첫 파업이 됩니다. 이런 와중에 설상가상으로  11월 10일과 24일 밤 두 차례에 걸쳐 포항제철소 3파이넥스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 그룹의 분위기는 더욱 침체된 상태에 있습니다. 대내외적으로 갖은 악조건에 몰린 포스코그룹. 과연 장인화 회장의 의욕에 넘치는 포부대로 시가총액 200조 원 달성이 가능할지에 대해 국민들은 걱정 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포스코그룹, 결코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습니다. 반드시 다시 세계 속으로 웅비(雄飛) 해야 합니다. 포스코는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이 걸린 국민기업이기 때문입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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