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경제 이슈

인도도 한국 기업들의 무덤? <46>

by 마우대100 2024. 9. 27.
반응형
파업 중인 인도 타밀나두주 첸나이 삼성전자 공장 노동자들. (로이터/연합뉴스)

 

한때 한국 기업들에겐 중국이란 나라가 '기회의 창(窓)'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을 믿고 드넓은 시장과 값싼 노동력을 찾아서 대기업을 포함해 수많은 한국 기업들이 중국 땅을 밟은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중국의 기술 수준이 한국에 비해 형편없었기 때문에 약간의 비교 우위에 있는 기술만 들고 중국에 가서 공장을 지으면 엄청난 부(富)를 거머쥘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습니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자인 덩샤오핑이 천명한 도광양회(韜光養會) 전략에 발맞춰 중국은 '날카로운 발톱'을 깊은 품 속에 철저히 숨기고 있었습니다. '도광양회'란 자신의 재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린다는 뜻의 고사성어입니다. 당시 중국은 자본도, 기술도 없었기 때문에 외국 투자자본에 자국의 공장부지와 인력을 맡기는 등 마치 투자의 천국인 것처럼 보이기 위해 발버둥쳤습니다. 제시된 조건이 압도적으로 좋았고  또 이를 철석같이 믿은 한국 기업들이 물밀듯이 중국 문을 노크했고, 처음엔 반짝하며 대박을 터트리는 것 같았습니다. 초기 투자자들의 대박 소식에 현혹된 많은 기업들의 중국행은 끝없이 이어졌습니다. 상하이와 선전, 칭다오, 베이징 등에는 세계 일류 다국적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싸든채 밀고 들어왔죠. 값싸고 다양한 중국산 상품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소비시장을 장악하면서 엄청난 달러가 중국으로 빨려 들어갔습니다. 첨단 설비를 갖춘 제조 공장들이 넘쳐나고 달러를 곳간 가득 채우는데 성공한 중국. 드디어 품 속에 숨겨주었던 날카로운 발톱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세계의 중심이라고 자처해 온 '중국(中國)'. 중국은 그 향수(鄕愁)를 결코 잊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과거 수천 년 동안 세상을 향해 갑질하던 버릇이 중국 공산당을 통해 다시 도발되기 시작한 것이죠. 때가 될 때까지 재능과 실력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인내하면서 기다리라는 덩샤오핑의 지침 '도광양회'에서도 강력한 음흉함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전 세계 시장의 생필품 공급처가 되면서 막대한 달러를 손에 쥐게 되자 독재자 시진핑은 '중국몽(中國夢)'과 '대국굴기(大國堀起)'를 외쳤습니다. '중국몽'이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을 이룩하는 꿈을 이뤄내자는 뜻이고, '대국굴기'란 중국을 다시 대국으로 우뚝 세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런 기치하에 중국 공산당은 세계 제패를 꿈꾸며 패권국가 미국에 도전합니다. 미국도 이에 질세라 관세보복과 첨단 기술 사용 제한 등으로 맞서며 중국과 격하게 충돌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을 비롯한 해외 기업들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중국 정부의 규제와 임금 폭증 등을 버티지 못하고 엄청난 투자 손실을 본채 야반도주하듯 중국에서 빠져나와야 했습니다.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중국에 쏟아부은 롯데, 현대, 삼성, 신세계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막대한 손실을 보고 중국 사업에서 속속 철수하거나 포기해야 했습니다. 투자금 손실만 본 것이 아닙니다. 공장 시설도 말도 안되는 헐값에 넘기거나 통째로 빼앗기고 수십 년 동안 쌓아 올린 첨단 기술까지 고스란히 넘겨줘야 했습니다. 투자 천국은커녕 투자금을 날강도처럼 빼앗아가 버리는, 결코 믿을 수 없는 나라가 중국임이 드러나는 데는 30년도 걸리지 않았던 거죠.

 

달콤한 유혹에 빠져 중국에 투자한 한국 기업을 포함한 외국 투자자들은 고양이에게 맡겨진 '생선'이요, '호구'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사는 공평한 법. 신나게 날강도 짓을 일삼던 중국이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는 것입니다. 해외 자본이 뭉터기로 빠져나가면서 중국은 심각한 경제위기에 봉착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도산하고 일할 곳이 없어지자 중국 청년 실업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 기업을 호구로 만드는 곳이 또 나타났습니다. 바로 인도(印度)라는 나라입니다. 2024년 9월 26일 자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들이 중국의 '대안(代案)'이라고 찾아간 인도에서 강성노조가 극성을 부려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인도 타밀나두주(州) 첸나이에 있는 삼성전자 가전 공장 인근에는 이 공장 직원 수백 명이 출근을 거부한 채 3주 가까이 천막 시위를 벌이고 있다고 합니다. 전체 직원 2,000여 명중 1,000여 명이 임금 인상과 노조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삼성에 따르면 현재 월평균 3만 5,000루피(약 55만 원)를 받고 있는 이 공장 직원들이 3년 내 임금 100% 이상(3만 6,000루피) 인상해줄 것과  현재 주 6일 48시간 근무체제를 주 5일 35시간으로 줄여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주당 근무시간이 13시간이나 줄어드는데도 임금은 배 이상 올려달라는 거죠. 첸나이 지역 제조인력 평균 임금은 1만 9,000루피로 삼성 근로자가 1.8배나 더 받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인도에서 외국 투자기업을 상대로 이런 무모한 노조 투쟁이 펼쳐지고 있을까요? 바로 인도 공산당의 지원을 받고 있는 현지 강성 노동단체 인도노동조합센터(CITU) 산하 SILWU(삼성인도노동복지조합)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업 현장에는 망치와 낫이 그려진 붉은색 공산당 깃발이 내걸려 있대요. 현지 기업 관계자는 "인도는 상급 노조 간 경쟁이 치열한데 강성파인 CITU는 기업에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서 노동자를 끌어모으고 파업을 주도하고 있어 현지 진출 글로벌 기업들에겐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다."라고 밝혔습니다. 실제로 현대차, 롯데 등 인도지사에도 이미 CITU 배후의 노조들이 설립되어 있는데 현대차의 경우 201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파업과 생산라인 점거, 조업 거부 등이 수시로 일어났다고 합니다. 따라서 공산당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인도 강성노조는 앞으로도 극렬한 파업 등 집단행동을 일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해외 자본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강성노조인 민주노총 등의 극성 때문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달리 얘기한다면 민주노총 등이 젊은이들에게 제공될 좋은 일자리를 만들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은 이윤 추구를 위해 값싼 노동력이 있는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등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런데 툭하면 파업으로 임금 인상을 계속 밀어붙일 경우 기업은 견딜 재간이 없어집니다. 파업이 극성을 부리고 규제가 심해진다면 중국에서 그랬듯이 인도에서도 기업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한국 기업들이 실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인도 정부의 시급하고도 강력한 개입이 필요해 보입니다. 한국 정부도 남의 집 불구경하듯 이 문제를 방치해선 안 됩니다. 관계 당국은 현지 진출 기업의 애로사항을 심도있게 청취, 전력을 다해 우리 기업 보호에 나서야 합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