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말 현재 대한민국 공무원 숫자는 116만여 명에 달합니다. 이 가운데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증가한 공무원 수는 13만 266명으로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의 증원 규모의 3배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통계청이 추계한 우리나라 총인구수는 5,162만 명이므로 대한민국 전 국민 가운데 2.25%가 공무원인 셈입니다. 국민 100명 가운데 2.25명이 공무원이란 이야기입니다. 이는 일반 국민 97.75명이 열심히 내는 세금이 공무원 2.25명의 봉급과 연금의 재원이 되어 이들을 먹여 살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공무원을 '국민의 머슴'이자 '국민의 종', 즉 '공복(公僕)으로 칭합니다. 그런데 공복들, 특히 중앙부처 공무원들이 22대 국회 개원 이후 최악의 근로 환경조건에 처해진 것 같습니다. 장관도,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장군도, 국·과장도, 산하 공기업 임원들도 국회에 불려 가면 야당 의원들에게 거의 초주검이 될 정도로 몰아치기를 당하고 있습니다. 공무원도 당연히 세금을 내고 투표권을 가진 국민임에도 국회의원 앞에만 서면 무조건 벌벌 떨고 기어야 하는 존재로 자리매김된 것 같습니다. 고양이 앞의 쥐, 생선 신세와 같다고나 할까요. 공직자들은 의원들의 잦은 인신 공격성 발언에 노출되어 모욕감에 치를 떨기도 합니다. 까다로운 질의에 대해서는 제대로 답변해서 의문점을 풀어야 하는데도 질의를 한 의원이 시간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답변을 못하게 막아버립니다. 답변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해병대 장성이 상임위원장으로부터 퇴장 명령을 당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하루면 끝날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를 3일씩이나 늘리는 바람에 사무처 직원들은 꼼짝없이 국회에 불려 가 호통을 들으며 온갖 수모를 당했습니다.
어떤 야당 상임위원장은 인사청문회 대상자에게 "뇌구조가 이상하다", 탈북자 출신 동료 의원에게 "전체주의 국가에서 생활하다 보니 민주주의적 원칙이 안 보이시나. 인민재판이란 표현을 여기서 쓰는 게 말이 되냐"라고 내뱉었다가 여당 의원들에 의해 국회의원직 제명 촉구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한 야당의원은 툭하면 고함을 지르거나 겁박하고 삿대질하는 폭거를 일삼아 출석한 공직자들은 물론 동료 의원들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각종 청문회나 국정 감사장, 상임위 회의 등에 불려 나간 공직자들과 일반 증인, 참고인 등의 경험을 들어보면 사실과 전혀 부합되지 않는 추궁을 받거나 모욕을 당하고 나면 억울함, 창피함, 수치심이 극에 달한다고 합니다. 또 국민에 봉사한다는 공직에 대한 자부심마저 깡그리 짓뭉개져 버린다고 호소합니다. 그 후유증이 얼마나 컸던지 방통위원장 후보자와 방통위 직원들이 청문회 이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였습니다. 향후 국회때문에 병원을 찾아야 할 공직자는 줄을 이을지도 모릅니다. 국회에 불려 나가는 공직자는 상당한 고위직일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들이 국민이 지켜보는 앞에서 '수준이하의 국회의원'들로부터 부당한 추궁과 겁박, 질타를 받고 만신창이가 되고 나면 부하 직원들에게 면목이 서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히 그런 대접을 받은 장성들의 경우 수많은 부하직원들을 지휘통솔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공직자가 국회의원들로부터 건설적인 비판이나 합리적인 지적이 아닌 인신모독성 질타에 계속 노출된다면 사기 저하로 인한 공권력 손실로 이어지게 되는 법입니다.
2024년 5월 30일 자로 임기를 시작한 제22대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70석, 국민의힘 108석, 조국혁신당 12석, 개혁신당 3석, 진보당 3석, 새로운미래 1석, 기본소득당 1석, 사회민주당 1석, 무소속 1석 등으로 역대급 슈퍼 여소야대'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같이 지극히 비뚤어진 운동장 구조속에 야당의 국회 활동의 기본 원칙이 숫자를 앞세운 '정권 비틀기'로 잡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야당의 횡포와 갑질이 극성을 부리자 구체적인 사유를 들이대며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는 '용기 있는 공직자'가 나타나 국민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김용원 국가인권위 상임위원(군 인권보호관)이 주인공으로, 그는 8월 26일 국회 박찬대(더불어민주당) 운영위원장에게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고 27일 운영위 회의 출석 거부의사를 밝힌 것입니다. 그가 사유서에서 밝힌 내용은 이렇습니다. '공직자를 출석시켜, 인권 보호 및 증진에 대한 생산적인 질의·답변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인 질의를 빙자하여 사실 왜곡, 조작, 명예훼손과 모욕을 일삼을 뿐이고, 제대로 답변할 기회를 주지 않는 다수당의 횡포가 만연하는 국회에 출석을 필요성을 느끼지 않음'이라고 적시되어 있습니다. 김 상임위원의 이 같은 '불출석 통보'는 현재의 국회 운영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습니다. 공직자가 비위를 저지르거나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땐 당연히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는 시정을 촉구하며 강력한 질타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각자 맡은 업무를 성실하게 처리했음에도 야당 의원들의 시각과 차이가 있다는 이유로,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무조건 잘못한다고 단정하거나 프레임을 씌워 몰아붙이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대표적인 프레임이 '윤석열 정부 = 검찰 공화국', '윤석열 정부 = 친일 공화국'이 그것입니다.
22대 국회를 상대해야 하는 중앙부처 공직자들과 공기업 직원들은 앞으로 생산적인 질의·답변을 주고받는다는 기대를 접어야 할 것 같습니다. 결코 국회에 들어가서는 안될 저질 의원들로부터 일방적인 질의를 빙자한 사실 왜곡, 조작, 명예훼손과 모욕에 무수히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궁금증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제대로 답변해야 함에도 일방적으로 입이 틀어막히는 횡포에 시달려야 할 것 같습니다. 국회의원들로부터 당하는 '수모 스트레스'가 얼마나 큰지는 당해본 사람만이 압니다. 국회에 답변 자료를 제출하고, 국회에 불려 나가 답변을 하는 것은 고위 공직자의 몫이긴 합니다. 그러나 나랏일 챙기는데 관심 없고 국정 비틀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국개·국망의원'들에게 불필요한 수모를 당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억울하겠지만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입니다. '국회발 수모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한 공직자들이 자꾸 병원 신세를 져야 한다면 당연히 국가가 이를 보살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예산이 수반되어야 하는데, 거기엔 또 불필요한 혈세 투입이 요구됩니다. 민생 챙기기는 뒷전인 채 온갖 특혜를 누리며 국가와 국민에게 짐만 되는 존재들. 이런 엉터리들을 뽑아 국회에 보낸 지역구 주민의 수준부터 탓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국개·국망의원들은 절대로 국민을 겁내지 않습니다. 어떤 패악질을 해도 진영논리에 매몰된 '잘난 국민'들이 또 뽑아줄 것이라고 믿으니까요. 대통령실은 급기야 국회의 폭정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을 위로하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았다고 합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6일 기자들과 만나 "야당의 무분별한 청문회 공세에 현장 검증과 고발 압박이 잇따르면서 공직 사회가 심한 스트레스와 트라우마,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라며 "심리 상담이 필요한 공무원에게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것입니다.
대통령실은 특히 최근 직원 3분의 1 이상인 100여 명이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해 인사혁신처의 심리 상담을 받은 방송통신위원회와 간부급 직원이 사망한 국민권익위원회를 예로 들며 "국회가 하루빨리 정상화되어서 공무원이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습니다. 인사혁신처도 이날 건강 우려가 큰 공무원들이 해당 직무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긴급 직무 휴지 제도와 공무원 주치의 도입을 포함한 범정부 공무원 재해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심한 직무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공무원에게 심리 상담을 지원해 준다? 긴급 직무 휴지 제도를 도입한다? 공무원 주치의 제도도 도입한다? 매우 낯선 용어이고 제도입니다. 그러나 정부가 오죽했으면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 할까요. 도가 넘어도 한참 넘은 국회의원들의 패악질, 당장 멈춰야 합니다. 22대 국회 개원 3개월도 안되었는데 벌써 임계점을 넘어버린 것 같습니다. 저들의 '꼴불견 작태'에 공무원이 돌아서고 있고, 국민이 진짜 성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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