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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김형석(68·金亨錫)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둘러싸고 이종찬(88·李鍾贊) 광복회장이 촉발한 '뉴라이트(New Right) 시비'가 여야 정치권의 빅이슈가 되어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습니다. 특히 이종찬은 광복회 사상 처음으로 정부가 주관하는 광복절 경축식 참석을 거부하고 따로 경축식 행사를 개최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정당을 바꿔가며 4선 국회의원을 하고 국가정보원장까지 역임하며 '꽃길'과 '양지(陽地)'만을 걸어온 이종찬 회장. 구순을 앞둔 이종찬이 왜 갑자기 적법 절차를 거쳐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한 대통령에게 막말을 던지면서 뉴라이트에 대한 시비를 걸고 나왔는지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도대체 뉴라이트의 실체적 진실이 뭐길래 이 이야기만 나오면 정치권과 온 사회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워질까요? 이런 소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조선일보가 2024년 8월 25일 자 '월요인터뷰'를 통해 뉴라이트의 '배후'로 지목된 안병직(88·安秉直)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와의 대담을 다뤘습니다. 필자는 이 심층 대담에서 뉴라이트가 왜 이 사회에 출현하게 되었는지, 어떤 역할을 하는데 방점이 찍혔는지 등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따라서 제 블로그 '세상의 창(窓)' 독자들에게 뉴라이트를 제대로 알린다는 차원에서 대담 내용을 압축적으로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이종찬이 그런다고, 야당 정치인들이 그런다고 뉴라이트를 무조건 '나쁜 것', 못되먹은 '극우적인 집단' 등으로 치부한다면 뉴라이트 입장에선 정말 억울하겠죠? 덩달아서 마구 매도하기 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상식(常識)' 선상에서 뉴라이트를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윤덕 선임기자의 '뉴라이트가 무엇이냐'는 첫 질문에 안 교수는 "'강철서신'의 김영환 등 친북 공산주의 혁명운동을 하던 이들이 북한 주민의 노예적 상태를 목도한 뒤, 2005년을 전후해 자기 반성의 일환으로서 출발한 운동이며, 그 이론적 배경에 1980년대 말부터 내가 전개한 '중진 자본주의론'때문에 내가 '배후'라고 하는 듯하다."라고 밝혔습니다. 안 교수는 세계사적으로 사회주의 혁명이 종언을 고하고 한국을 비롯한 신흥 공업국가들(NICs)이 자본주의 발전을 선도할 것이라는 '중진 자본주의론'을 정립한 바 있습니다. 저개발국도 선진국이 몇백 년에 걸쳐 축적한 기술과 제도 자본을 들여와 고도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중진 자본주의론의 핵심입니다. 그리고 안 교수는 "도쿄대 교수로 2년간 가 있으면서 북한 경제를 심도 있게 연구한 결과 북한은 공산주의도 뭣도 아니고 김일성의 주체사상을 신봉하는 노예 체제라는 걸 확인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일본에서 돌아와 '낙성대 경제연구소'를 세웠는데 그곳 출신 학자들이 뉴라이트의 주축이 되었고, '극우'로 비판받는다고 지적하자 안 교수는 "뉴라이트를 두려워하는 이들이 찍은 낙인"이라면서 "극우가 되려면 부르주아 독재, 백색 독재를 주장해야 한다. 그러나 본래 사회주의 운동을 했던 뉴라이트는 자유주의자로 변신했어도 사회주의적 평등의 가치를 인정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뉴라이트가 이승만, 박정희를 우상화한다는 지적에 대해 안 교수는 "북한의 실태에 눈뜬 뉴라이트는 대한민국 정통성 확립, 즉 1948년 대한민국 건국과 1960년대 이후 경제발전이 한국의 자립과 발전을 이끈다는 것을 논증하는데 목표를 두게 된다. 한미 동맹의 주역인 이승만과 고도성장을 이끈 박정회를 연구하고 재평가하는 것은 당연하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친미와 친일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든 힘이라고 평가했다는 지적에 대해 안 교수는 "소위 진보라는 사람들이 저개발국의 경제 발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개탄스러워 해본 은유다. 우리의 근대는 자생적으로 발전해 온 게 아니다. 근대화 세력은 최소한 친일적이거나 친미적이었다."라며 "우리 몸을 다 도려내기 전엔 친일·친미적 요소를 없앨 수 없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외세와 협력하지 않고 도움도 없이 어떻게 순수 자력(自力)만으로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 오늘날처럼 잘 사는 나라로 발전할 수 있었느냐는 반문입니다. 또 툭하면 '친일 몰이'로 국정을 휘젓고 있는 정치권에 대해 일갈(一喝)하는 것 같습니다. 안 교수는 광복회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이 '일제시대 국적은 일본이다. 국권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라는 발언을 문제 삼은데 대해 "그게 왜 문제인가. 일제시대 조선인 호적은 대한제국기의 호적을 계승한 것이 아니고 일본 호적의 연장 선상에서 작성된 것이다. 그래서 만해 한용운은 호적 신고를 하지 않았고, '당신은 보았습니다'라는 시에서 '나는 민적(호적)이 없습니다'라고 통곡한 것이다'."라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또 광복회가 대통령이 일제의 식민 지배가 불법 무효라는 기조를 분명히 밝히라고 한 것과 관련해서 안 교수는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였다는 사실은 당시 세계 각국이 인정했다. 조선 왕실도 일본의 작위를 받아서 호의호식했다. 현재의 논쟁은 반일 운동의 정치적 선동에 불과하다."라고 일침을 날렸습니다.
광복회는 뉴라이트가 독립운동의 의미를 지우려 한다고 주장하는 부분에 대해 안 교수는 "무함(誣陷·없는 사실을 그럴듯하게 꾸며서 남을 어려운 지경에 빠지게 한다는 뜻)이다. 그 어려울 때 독립운동 하신 분들의 노고를 모르고 어떻게 나라의 장래를 이야기 하나. 1948년 건국의 정신적 지주는 독립운동이었다. 독립운동을 부정하면 건국을 정당화할 수 없다."라면서도 "그러나 독립운동이 건국은 아니다."라고 못박았습니다.또 시중에서 떠도는 것처럼 뉴라이트가 김구를 테러리스트라고 주장하거나 독도를 우리 땅이 아니라고 한 일도 없다고 안 교수는 강조했습니다. 민주당이 독도 영유권 부정 땐 내란죄로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안 교수는 "세계 어느 나라가 영토 문제를 말로써 해결하나? 독도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의 저의가 의심스럽다. 아무리 집권하고 싶어도 자해행위를 해서는 안된다."라고 질타했습니다. 현행 고교 근현대 교과서가 민중운동사 중심의 서술이라는 지적에 대해 안 교수는 "우리 사학계엔 가치와 사실을 구분하는 사회과학에 관한 교육이 없다. 가치와 사실이 뒤섞인 권선징악적 역사학이 판치고 있다."라고 개탄했습니다. 이밖에 잊을만하면 일본 정치인들의 망언이 찬물을 끼얹는다고 하자 안 교수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미친 사람은 있게 마련이다. 무시하면 된다."라고 충고했습니다. 안 교수의 인터뷰를 통해 뉴라이트가 결코 이종찬과 야당 정치인들이 몰아붙이는 극우, 친일파 세력이 아님을 확인했습니다. 오히려 이종찬과 야당 정치인들의 '뉴라이트에 대한 몰이해(沒理解)'가 사회 갈등을 넘어 국정 혼란까지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요? 그러니 툭하면 불거져 나오는 '뉴라이트 몰이' 당장 집어치워야 합니다.
마우대100의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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