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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

"내 뼈를 바다에 뿌려 다오"... 이젠 해양장 시대 <50>

by 마우대100 2024.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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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적인 자연장(自然葬)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해양장(海洋葬) 모습. 망자의 유골이 유족들에 의해 바다에 뿌려지고 있다. (장례협동조합국화원)

 

"자식들아, 나 죽거든 내 뼈를 바다에 뿌려다오. 영혼은 자유롭게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것이고, 골체(骨體)는 파도에 실리거나 고기밥이 되어 5대양(大洋) 구석구석을 맘껏 누비고 싶구나!"

 

한국 사회에서도 고인의 화장된 유골(遺骨), 즉 뼈가루(粉骨)를 바다에 뿌리는 '해양장(海洋葬)'이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해양장은 유족들이 배를 타고 특정 장소의 바다로 나가 유골을 뿌리면 되기 때문에 절차가 간단하고 비용도 훨씬 적게 드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특히 해양장은 친환경적인 데다 국토를 전혀 훼손하지 않아 향후 국가 정책으로 장려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돌아가신 이를 땅에 묻는 매장(埋葬) 방식으로 장례를 치르려면 여러 가지 제약이 따릅니다. 우선 예측불가성(豫測不可性)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인간이 태어날 때는 '예정일(豫定日)'이 있지만 삶을 마감할 때는 예정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갑자기 삶을 마감하면 유족들은 황망한 상태에서 매장지,  즉 묘지를 물색해야 합니다. 그런데 매장은 아무 데나 할 수 없습니다. 장사(葬事)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 등 지자체장이 설치·조성 및 관리하는 공설묘지나 개인·가족·종중·문중·종교단체·법인 등이 관리하는 사설묘지에서만 매장이 가능합니다. 공설묘지나 사설묘지 이외의 구역에 매장을 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집니다. 통상 3~5일 안에 장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유족들 입장에서는 묘지를 고르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겪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고인(故人)이나 가족들이 고인의 생전에 묘지를 확보해 놓은 경우는 예외입니다. 가족회의를 통해 묘지가 확보되었다면 장례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장례식장의 특수한 시설(냉동실)에 시신을 안치한 뒤 운구를 거쳐 매장을 해야 하는데, 위생적으로 처리한다는 차원에서 매장 깊이는 반드시 1m 이상(화장 유골 매장 깊이는 30㎝ 이상)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유족은 시신·유골매장신고서 등 관련 서류를 작성한 뒤 매장 후 30일 이내에 매장지를 관할하는 해당 지자체장에게 신고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그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매장을 했더라도 유족의 사정에 따라 성묘나 벌초 등이 어려우면 개장(改葬)하거나 화장한 유골을 분묘 또는 봉안시설에 안치하게 됩니다. 그런데 개장을 할 때도 유골의 현존지 또는 개장지를 관할하는 지자체장에게 신고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당연히 절차를 따르지 않는다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게 되고요. 그러나 매장 또는 개장 관련 절차가 워낙 까다롭기 때문에 많은 유족들은 관련 법을 지키지 않고 있습니다. 사자(死者)에 대해서는 관대한 우리나라의 오랜 관습과 풍습, 전통에 따라 지자체 들도 매장 관련 불법 행위에 대해 사실상 눈감아 주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니 매장이나 개장에 대한 자진 신고도, 철저한 이행 단속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입니다.

 

매장을 하고 나면 더 큰 문제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출산 초고령화 시대를 맞아 유족들에 의한 묘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전국의 수많은 묘지들이 방치되고 있습니다. 수년 또는 수십 년째 후손들이 성묘를 하지 않아 분묘가 산짐승에 의해 훼손되어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린 곳도 많습니다. 벌초를 하지 않아 묘역과 분묘가 무성한 잡초 속에 파묻혀 버립니다. 후손들에 의한 관리 부실은 사설묘지뿐만 아니라 공설묘지도 마찬가지입니다. 공설묘지 관리사무소에 따르면 자식들이 나타나지 않아 분묘는 물론 유골함도 수년째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정부는 2000년 '한시적 매장제도'를 도입했고, 이에 따라 2001년 1월 13일 이후에는 전국의 공설묘지 및 사설묘지에 설치된 분묘의 사용 기한이 기본을 15년으로 하고 3번까지 연장할 수 있게 했습니다. 사용 기한이 지난 분묘에 대해서는 개장 조치를 할 수 있게 법적인 조치를 마련한 것입니다. 그러나 첫 기한이 도래한 2016년 1월 이 법을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법은 만들어졌지만 분묘를 정리할 준비가 안된 것이죠. 정부와 국회는 혼란을 막기 위해 부랴부랴 사용 기한 2주를 남기고 15년 더 연장해 줌으로써 분묘 사용기한을 60년으로 늘리는 응급조치를 했습니다. 따라서  2031년 1월이면 사용기간 60년이 지난 전국의 공설 및 사설 분묘는 법에 따라 개장 대상이 되는 것입니다. 각 지자체가 이 법의 시행에 착수하면 대한민국 곳곳에서 분묘를 지키려는 후손들과 개장을 시도하려는 지자체 간에 적지 않은 충돌도 일어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공설묘지에 봉안되어 있는 유골함 보관기간이 만료되어 이의 처리를 둘러싸고 공설묘지 관리사무소의 골칫거리가 되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조선일보의 2024년 10월 1일 자 <조상님들 30년 만의 대이동 시작됐다> 제하의 기사에 따르면 부산의 공설 봉안시설인 영락공원의 경우 화장(火葬)한 유골을 최장 30년까지 봉안할 수 있지만, 내년부터 기한이 만료된 유골 1,000~4,000기에 대해 보관기간 연장을 위해 재계약을 하거나 유족에게 반납하는 절차를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사정은 영락공원을 포함해 전국 대부분의 공설 추모공원이 시설 포화를 막기 위해 15~45년을 봉안기간으로 제한했기 때문에 봉안 기간 연장 재계약을 하거나 유족들에게 반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부산시설공단 관계자는 "봉안 10~15년만 지나도 추모객이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만기가 되어 유골을 찾아가라고 안내해도 유족에게 연락이 닿지 않을 수도 있다. "라고 우려했습니다. 봉안 기간이 만료되었음에도 유족과 연락이 닿지 않으면  공설묘지들은 일정기간 보관한 뒤 '산분(散粉) 처리'를 하게 됩니다. 대한민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서고 국민 평균나이가 45세를 넘어선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늙디 늙은 나라'가 되어버렸습니다. 이처럼 후손도 늙어가고 있는 데다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거나 거부하는 풍조가 심해지면서 조상을 위한 매장도, 화장 후 유골 보관도 관심의 대상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삶의 마감을 앞둔 당사자(노인) 스스로가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자식들에게 누가 되지 않는  '깔끔한 생(生)의 마무리'가 무엇 일지를 고민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우선 사설묘지 매장도, 공설묘지 매장 또는 유골함 보관도, 수목장(樹木葬)도, 사찰 등 종교시설 위탁의뢰도  비용면이나 사후관리 측면에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저렴한 비용에다 사후 관리가 필요 없고 '친환경적인'  새로운 장례 문화를 찾아야 합니다. 필자는 그 대안으로 '해양장(海洋葬)'을 꼽고 싶습니다. 보건복지부가 마련한 '장사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2023년 12월 국회를 통과했는데, 개정 법률을 통해 화장한 유골을 바다에 뿌릴 수 있는 '해양장'의 제도화가 가능해졌습니다. 지금까지는 유골 골분을 수목이나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골을 바다에 뿌리는 장사방식은 관습적으로만 이뤄졌지만 명확한 기준이 없었는데, 이 법률 개정으로 해양장도 자연장의 범위에 포함된 것입니다. 개정 법률은 공포 1년 후부터 시행이 가능하므로 2024년 12월부터는 맘 놓고 해양장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유골은 수산자원보호구역이나 환경관리해역 등에는 뿌릴 수 없고 지정된 장소에만 뿌릴 수 있습니다. 이미 인천과 부산 등지에는 해양장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들이 성업 중이고, 매년 수천례의 해양장이 치러지고 있습니다. 망자(亡者)의 시신을 화장한 유골을 배에 싣고 부표 등의 표식이 있는 바다로 나가 선상에서 유족들이 마지막 예(禮)를 올린 뒤 바닷물에 뿌려주는 것이 해양장입니다. 한 인간이 태어났다가 생을 마치고 '완전한 자연'으로 돌아가는 의미도 있지만 유족 입장에서는 '엄숙한 추모'가 가능하면서도 저렴한 비용에다 사후 관리가 전혀 필요 없다는 차원에서, 국가 입장에서는 국토를 온전히 보존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해양장은 새로운 장례문화로 자리 잡을 것 같습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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