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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멍청한 사람을 얕잡아 이르는 말'로 풀이합니다. <멍청하다>란 단어는 '사물을 제대로 판단하는 능력이 없이 흐리멍덩하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무디고 어리벙벙하다'라고 뜻풀이 되어 있죠. 최근 한 '멍청이'가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놓았습니다. 대학생 시절엔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3기 의장을 맡으면서 학생 운동권의 중심에 섰던 자입니다. 임수경의 밀입북을 도와주었다가 대법원으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징역 5년 자격정지 3년이란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복역 중이던 1993년 김영삼 정부로부터 특별사면되어 3년 6개월 만에 석방된 뒤 386세대 운동권 출신들과 함께 김대중에게 발탁되어 정치에 입문했습니다. 제16,17대 국회의원을 했고 박원순 밑에서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한 뒤 2017년엔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까지 올랐던 인물입니다. 정계 입문 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북한인권법 제정 반대, 대북교류사업 등에 주로 초점을 맞춰 의정활동을 펼쳤습니다. 그는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근무할 때인 2018년엔 문재인과 김정은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위한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맡았고, 2019년 11월 정계은퇴 선언을 하면서 "통일운동에 매진하겠다."라고 큰소리쳤었습니다. 그래서 임종석 하면 '전대협 3기 의장', '임수경 밀입북', '국가보안법 폐지', '통일운동'이 떠오를 정도입니다. 그가 늘 바라보는 '시선'은 대한민국이 아닌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 세습체제의 북한 쪽으로 향해 있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런 임종석이 최근 평생 화두로 삼아온 '통일'이라는 어젠다를 포기하자는 폭탄 발언을 해 국민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임종석은 2024년 9월 19일 광주광역시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9.19 평양공동선언 6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평화를 위한 제언)를 통해 통일을 접자고 설파한 것입니다. 그 자리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정숙 부부도 참석했습니다. 임종석의 연설문을 들여다보면 황당하기 그지없습니다. "통일, 하지 맙시다."라고 시작한 그는 연설문 서두에서 "그냥 따로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서로 돕고 같이 행복하면 좋지 않을까요. 통일을 꼭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내려놓읍시다. 단단히 평화를 구축하고 이후의 한반도 미래는 후대 세대에게 맡깁시다. 객관적 현실을 받아들이고 두 개의 국가를 수용합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따로 살면서 통일에 대한 강박관념은 내려놓되 한반도 미래를 후대 세대에게 맡기고 두 개 국가를 수용하자는 것입니다. 그의 연설은 이어집니다. "그러나 김정은 위원장에게도 분명히 말합니다.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습니다. 평화적인 두 국가, 민족적인 두 국가여야 합니다. 평화 공존과 화해 협력을 전제로 하는 새로운 정책이 제시되기를 바랍니다. 비현실적인 통일 논의는 이제 그만 접어둡시다. 더 이상 당위와 관성으로 통일을 이야기하지 맙시다. 통일에 대한 지향과 가치만을 헌법에 남기고 모든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냅시다. 있는 그대로 상대방을 인정하고 국민의 상식과 국제법적 기준, 그리고 객관적인 한반도의 현실에 맞게 모든 걸 재정비합시다."
김정은이 최근 대한민국을 적대 국가로 설정했는데, 임종석도 뜬금없이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 관계는 있을 수 없다고 외쳐댄 것입니다. 또 '통일 논의'를 아예 비현실적이라고 못 박아 버렸습니다. 우리 헌법이 통일을 추진하라고 명령하고 있는데도 임종석은 법과 제도, 정책에서 통일을 들어내자는 모순적인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의 허무맹랑한 주장은 이어집니다. "헌법 3조 영토 조항을 지우든지 개정합시다. (중략) 국가보안법도 폐지하고 통일부도 정리합시다. 그리고 평화롭게 협력하면서 오순도순 살아보자고 주장합니다." 통일의 가치는 헌법에 남기면서도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가 대한민국 영토임이 적시되어 있는 헌법 조항을 지우거나 개정하자는 '열불 터지는 주장'을 한 것입니다. "상대에 대한 부정과 적대가 지속되는 조건에서 통일 주장은 어떤 형태로든 상대를 복속시키겠다는 공격적 목표입니다. 신뢰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 없이 통일을 말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공격과 다름이 없습니다."라는 말도 내뱉었습니다. 북한은 가만히 있는데 남한이 북한을 적대시하고 있고, 북한은 신뢰 구축과 평화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통일을 말하고 있는데 남한은 그런 의지가 없다고 단정해버렸습니다. 다음의 멘트에서 임종석이 북한의 '확실한 스피커'임을 스스로 드러낸 것 같습니다. "(북한이) 조국통일 3대 원칙을 폐지하고 조국통일 3대 헌장 기념탑을 철거하는 등 통일 지우기에 나섰고 남북이 맺은 모든 합의들을 사실상 무효화 선언했습니다. (중략) 이런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는 통일 논의는 분명히 비현실적입니다." 북한이 대남 노선을 변화했으니 그 변화된 조건들이 반영되지 않는 대한민국의 통일 논의는 비현실적이 되어버렸다는 것입니다.
"통일이 무조건 좋다는 보장도 없다."라고 지적한 임종석은 "무엇보다 통일은 우리 세대의 선택지가 아닙니다. 미래 세대의 권리입니다. (중략)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하고 30년 후에나 잘 있는지 열어봅시다. (중략) 오늘 권력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가 사는 오늘이 그저 우리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우리는 미래 세대의 오늘을 빌려다 쓰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궤변도 늘어놓았습니다. 우리 세대는 통일 논의를 완전히 봉인한 채 가만히 있어야만 되고 미래 세대에게 모든 것을 맡겨보자는 겁니다. '통일 운동'에 혼신을 다하는 것처럼 보였던 임종석. 왜 갑자기 통일을 접자는 억지 주장을 펼쳤을까요. 국회의원,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어마어마한 자리에서 국정을 관리했던 자가 왜 이 시점에서 갑자기 통일을 미래세대에게 맡기자는 황당한 발언을 쏟아냈을까요. 필자의 판단으론 임종석의 발언이 김정은의 통일 포기 선언과 맞닿아 있는 것으로 의심됩니다. 김정은은 2023년 12월 30일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더 이상 동족 관계, 동질 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선언했습니다. 김정은의 이 발언 이후 북한은 김일성·김정일도 지켜온 민족 개념에 기반한 '조국 통일' 원칙을 폐기하고 '통일' 문구를 삭제하는가 하면 대남 사업부문 기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늘 통일을 입에 달고 살았던 임종석. 그에게서 통일은 접어야 할 문제라고 고민한 흔적은 전혀 찾을 수 없습니다. 김정은 발언 이후 뜬금없이 튀어나온 망발 수준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우리 헌법 제4조에는 이렇게 적시되어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 반드시 통일 정책을 추진하라고 이렇게 헌법이 시퍼렇게 명령하고 있는데도 아무런 국민적 합의도 없이 갑자기 통일을 접자라니요. 임종석에겐 김정은의 폭정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2,500만 북한 동포들은 고려 대상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들은 하루라도 빨리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날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는데도 말입니다. 5천만 대한민국 국민의 통일에 대한 염원은 또 어쩌고요. 세계에서 가장 악독한 독재자 '김정은 바라기'가 되기를 자처했나요? 핵무기로 동족을 협박하고 있는 김정은이 '통일'을 접었다고 임종석도 '통일'을 접었나요? 분단 이후 70여 년 만에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대국이 되었지만 김정은이 관리하는 북한은 세계 최빈국으로 추락했습니다. 김정은의 통일 포기는 대한민국 체제에 패배했음을 자인한 것입니다. 임종석의 충격적인 이 발언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이종석도 "그 얘기가 옳다."라고 가세했습니다. 그러나 노무현 정권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민주당 정동영 의원은 "헌법 3조와 4조(평화적 통일정책 수립 조항)를 위반했다."라고 지적했고, 문재인 정권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민주당 박지원 의원도 "현역 정치인으로선 해선 안될 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통진당 후신인 진보당도 "경솔하고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비판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통일을 추진하는 것은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이자 의무라고 볼 수 있고, 그런 의지가 없다면 반헌법적 발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민주평통 김관용 수석부의장도 성명을 통해 "같은 민족으로서 정체성을 말살시키는 위험한 발상이며, 북한 정권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몰상식한 사고와 행동"이라고 성토했습니다.
통일을 포기한 김정은 노선에 올라탔나요? 뜬금없이 통일을 접자고 나선 임종석과 정세현, 이종석을 통해 '멍청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는 순간입니다.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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