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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는 참 웃기는 일이 많이 일어납니다. 진짜 우스워서가 아니라 전혀 사리(事理)에 맞지 않거나 정상(正常)에서 한참 벗어나는 바람에 허탈하고 슬퍼서 나오는, 맥이 탁 풀릴 때 나오는 '헛웃음'입니다. 너무 기가 차고 어이가 없으면 화를 내기에 앞서 일단 이런 '실소(失笑)'가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가 나랏일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말도 안 되는 정쟁(政爭)에 몰두하는 모습에 많은 국민이 헛웃음을 지었고, 이젠 분노를 삭이는 지경에까지 와 있습니다. 가뜩이나 극심한 폭염에 시달리고 있는 국민은 국격(國格)을 손상하고 국가 경쟁력을 떨어트리기 위해 혈안인듯한 국회의원들의 행태에서 왕짜증이 납니다. 이런 와중에 이번에는 2024년 8월 8일에 이뤄진 김형석(68·金亨錫) 신임 독립기념관장의 임명을 놓고 이종찬(88·李鍾贊) 광복회장이 8·15 광복절 경축식 기념식 불참을 선언하고 나서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이 회장은 최근 모 방송에 출연, "윤석열 대통령에게 김형석 고신대 석좌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반대하는 서신을 3차례나 보냈는데도 전자결재로 발령을 냈다."라며 "이는 윤 대통령이 자신의 편지를 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해 전자결재로 임명한 것으로 이해한다. 김 교수의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위기라고 계속 경고했는데도 얘기를 듣지 않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인데 모욕감을 받았다."라고 털어놓았습니다. 이 회장은 김 교수를 '뉴라이트' 인사로 지목하면서 독립기념관장 임명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이 회장은 또 8월 12일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할 생각이 없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면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인사도 철회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앞서 지난 10일 "정부가 근본적으로 1948년 건국절을 추구하려는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광복절 행사에 나갈 수 없다."라고 밝혔는데, 이번에는 독립기념관장 인사 철회를 추가로 요구하고 나선 것입니다. 이 회장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은 즉시 '뉴라이트 극우'인 김형석 독립기념관장을 임명하고 1948년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광복절 행사에 불참하겠다며 맞장구를 쳤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추진한 사실이 없는데도 이 회장과 민주당 등 야권이 뜬금없이 건국절 제정 논란에 불을 지폈습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가 이종찬 회장을 직접 만나 "윤석열 정부는 건국절 제정을 하겠다고 한 적도 없고,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 없다."라며 광복절 행사에 이 회장의 참석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분란이 일자 야당은 대통령 주변에 밀정이 있는 것 아닌가라는 이종찬 회장의 말을 받아 윤석열 정권을 '밀정·친일정권'으로 규정하고 나서기도 했습니다. 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은 김 관장에 대한 임명을 즉각 철회하라.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광복절 행사에 불참할 것을 선언한다."라고 천명했습니다.
김 관장이 취임 첫날 기자들과 질의응답 과정에서 "친일인명사전에 잘못 기술되어 억울하게 매도된 분들이 있다."라고 한 발언을 문제 삼아 원내대표는 "독립기념관을 친일파 명예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위원회로 추락시켰다. 대한민국 역사를 부정하는 폭거"라고 규정했습니다. 야당의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일본 정부입니까, 한국 정부입니까. 일본의 역사 왜곡에 발맞춰 윤석열 정권도 일본과 한 통속이 되어 짝짜꿍 하고 있다."라고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또 다른 야당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밀정을 국가 요직에 임명하는 자가 왕초 밀정이다. 친일파 밀정을 한 명 한 명 색출해 국민께 고하겠다."라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습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이날 김 관장 임명 규탄·철회 결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습니다. 건국절은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이 수립된 날을 기념하자는 취지로 제시된 용어입니다. 8월 15일이 일제로부터 해방된 광복절(1945년)과 겹치기 때문에 별도의 건국절(1948년)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건국절 반대론자들은 1948년에 대한민국이 건국되었다면 1919년 4월 11일 수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 정통성이 부정된다는 이유를 꼽고 있습니다. 반대로 건국절 찬성론자들은 1919년은 일제의 치하에 있었기 때문에 국가의 기본요소인 영토·국민·주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합니다.
한편 김형석 관장은 이종찬 회장과 야당 등이 '뉴라이트 극우' 인사 등으로 지목한 데 대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그는 8월 12일 용산 서울보훈처에서 기자들과 만나 "여론몰이를 통해 마녀사냥하듯 인민재판을 벌이고 있다."라며 "사퇴 의사는 없으며, 향후 부당하게 비방하는 것에 대해 법적 대응도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또 "저는 독립운동가를 폄훼하고 일제강점기의 식민 지배를 옹호한다는 의미로 말하는 뉴라이트가 아니다. 독립기념관장 면접 당시 '일제강점기 우리나라 국민의 국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일제강점기 국적은 일본이다. 그래서 국적을 되찾기 위해 독립운동을 한 것 아니냐'라고 답변했는데, 이 답변을 두고 (광복회 등이) 일본 신민이라고 주장하고 일제의 식민 지배를 동조하는 친일파라고 몰아붙이고 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 관장의 임명을 둘러싼 이종찬 회장과 야당의 무자비한 맹폭을 접하면서 의문점 몇 가지가 필자의 뇌리를 스쳤습니다. 김형석의 어떤 점이 뉴라이트 근거지? 이종찬은 무슨 이유로 독립기념관장 자리에 목숨을 걸다시피 하지? 광복회장은 나이로 광복회를 이끄나? 회장보다 나이 많은 광복회 회원들을 제대로 이끌고 있을까? 광복회장의 광복절 경축식장 불참 선언은 대통령에 대한 협박으로 비치는데? 광복회장은 국정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우습게 보이는가? 그렇지 않다면 과시욕(誇示慾)인가, 노욕(老慾)인가? 광복회장이 광복절 경축식에 참석 못하겠다면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찮은데? 아무리 야당이지만 현 정부와 대통령을 '밀정 정권', '친일정권'으로 마구 모욕 줘도 되는가? 야당은 왜 북한, 중국, 러시아의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할 줄 모르나?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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