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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지경(瑤池鏡)'이란 물건이 있습니다. 풍경 등을 입체사진으로 볼 수 있는 광학 장치 또는 장난감을 말합니다. 상자 앞면에 확대경을 달고 그 안에 여러 그림을 넣어서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이 장치는 극(劇)과 같이 줄거리가 있는 여러 장면의 그림이나 여러 곳의 풍경화를 설명하고 그림이 차례로 나타나게 되어 있어서 영화가 나오기 전에 유행했다고 합니다. 신선이 산다는 구슬연못에서 유래하여 천태만상의 세태를 뜻하는 '요지경 속의 세상'이라는 말을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또 한국 사회에 해괴망측한 요지경 같은 장면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자라나는 미래세대의 주역인 초·중·고생의 사표(師表)가 되어서 그들 교육을 책임져야 할 교육감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법자(犯法者)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고개를 내민 것입니다. <사표(師表)>라는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학식과 인격이 높아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되는 일 또는 그런 사람'으로 정의되어 있습니다. 초중등 교육을 책임지기 위해 교육감이 되려면 '학식과 인격을 갖추고 세상 사람의 모범이 될 만한 자'에 부합하는지를 스스로 따져보고 한점 부끄러움이 없다고 판단될 때 당당히 출사표를 던지는 게 맞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말입니다. 2024년 10월 16일 치러지는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 곽노현(70)씨가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큰 파문이 일고 있습니다.
곽노현이 누굽니까. 그는 1991년부터 한국방송통신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서울시교육감에 당선되었으나 임기 도중 진보 단일 후보가 되기 위해 경쟁후보에게 2억 원을 준 혐의(공직선거법 위반 등)로 수사와 재판을 받았습니다. 결국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1년을 선고받고 교육감직을 내려놓아야 했던 범법자입니다. 공직선거법상 당선 여부와 상관없이 득표율이 15% 넘으면 선거 비용(선거보전금)을 100% 돌려받고 10~15% 득표땐 절반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선거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러 당선무효형(벌금 100만 원 이상)이 확정되면 돌려받은 선거보전금을 뱉어내야 합니다. 그런데 곽노현은 벌금 100만 원보다 훨씬 센 처벌을 받았으니 당연히 선거보전금을 뱉어내야 했지만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30억 원을 완납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는 징역 1년의 실형을 선고받았고, 복역 중이던 2013년 3월 29일 가석방되었습니다. 석방일을 기준으로 10년 후인 2023년 3월 29일까지는 임명직을 제외한 그 어떤 공직도 맡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 곽노현이 석방일 기준으로 10년이 지난 상황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조희연 교육감이 2024년 8월 29일 대법원 상고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이 확정되자 "얼씨구!" 하며 10월 16일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9월 5일 전격 선언한 것입니다.
그러나 선거보전금제도는 재력이 없지만 유능한 자에게 출마 기회를 주고 선거운동 과열을 막자는 차원에서 2004년 총선 때부터 도입되었지만 선거보전금을 반납하지 않아도 처벌할 조항이 없는 맹점을 악용, 버티기를 하고 있는 출마자가 많다고 합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4년 1월 말 기준으로 곽노현처럼 공직선거법 등을 위반해 당선 무효형을 선고받고도 선거보전금을 뱉어내지 않고 있는 출마자는 78명, 액수로는 무려 19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되었습니다. 곽노현 측은 선거보전금 완납을 미루고 있는데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액수가 커서 반납하는데 오래 걸리고 있지만 꾸준히 조금씩 반납하고 있다."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선관위는 당선 무효형을 받은 이에게 선거보전금 반납을 안내하고 30일 이내에 돈을 내지 않으면 관할 세무서에 재산 조회, 압류 등의 조치를 하고 있지만 조치 이전에 재산을 숨기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곽노현 역시 2012년 재산을 압류당하기 전에 보유 부동산을 명의 이전하는 등 본인 재산을 크게 줄여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는 겁니다. 선관위는 수차례 선거보전금 미납자 신상 공개 등을 담은 관련법 개정을 국회에 요청했지만 번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는 국회의원 자신들이 선거보전금 반납 대상자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애써 법 개정을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범법자 곽노현의 '막무가내식 보궐선거' 선언은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양식 있는 시민들은 범법 경력이 있을 경우 스스로 선출직 공직자 출마를 꺼리거나 포기합니다. 그런데 곽노현은 수법도 대단히 불량한 후보 매수 혐의로 징역 1년이라는 중형 처분을 받았음에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석방일로부터 10년이 지났다는 이유로 이번 보궐선거에 뛰어들었습니다. 출마선언 장소도 서울시교육청 앞이었고요. 비리를 저질러 법정 구속되면서 내놓아야 했던 서울교육감 자리가 마치 언제든지 차지할 수 있는 전유물인양 착각한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징역형 처벌도 문제지만 법률에 따라 당연히 이행해야 할 선거보전금 30억 원도 반납하지 않은 채 서울시민의 선택을 또 받겠다? 그게 통할 것으로 생각했다면 서울시민을 바보 취급한 셈이 됩니다. 범법자가 무슨 낯짝으로 80여만 명의 서울지역 초중고생들 앞에 나서서 교육을 책임지겠다는 건지 그 지독한 뻔뻔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습니다. 범법자인 주제에 어떻게 학부모들에게 당신들이 맡긴 자녀를 잘 훈육하겠노라며 표를 달라고 할 엄두가 나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곽노현에겐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습니다. 교육감 후보자로서는 단 한 표도 못 얻을 '최악의 조건'임에도 출사표를 던진 데는 '비빌 언덕'이 있는 것 같습니다. 역대 서울교육감 선거에서 보수진영은 후보들이 난립하는데 반해 진보 진영은 후보 단일화를 쉽게 이뤄냄으로써 승리한 추억이 그것입니다.
곽노현 같은 범법자가 서울시교육감 자리를 다시 차지하는 '요지경 속의 세상'이 펼쳐지는 그런 '불상사'가 결코 일어나서는 안됩니다. 보수 진영이 정신 차려야 하고, 서울시민이 눈을 부릅떠야 합니다. 80만 꿈나무 서울 초중고생을 위해!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한국 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마우대100이 전하는 '세상의 창(窓)' 이야기는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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